955일 기다린 안우진의 160㎞보다 무거웠던 노시환의 ‘침묵’

슬럼프는 죄가 아니다, ‘간판’의 책임감 내려놓고 ‘타자 노시환’으로 돌아올 시간

[스포츠서울 | 정동석 기자] 프로야구 선수에게 ‘최대 규모 계약’은 가문의 영광이자 실력을 증명하는 훈장이다. 하지만 그 훈장의 뒷면에는 ‘증명해야 한다’는 서슬 퍼런 칼날이 숨어 있다. 한화의 보물 노시환이 지금 딱 그 칼날 위에 서 있다.

◇ WBC 강행군이 뺏어간 리듬, 계약이 뺏어간 여유

노시환의 2026년 시작은 유독 길었다. 태극마크를 달고 지구 반바퀴를 돌며 1월부터 몸을 달궜다. 체력이 떨어지면 기술도 무너지는 법. 정작 시즌이 시작되자 타이밍은 늦었고, 스위퍼에 헛방망이가 돌기 시작했다. 여기에 ‘역대 최고액 선수’라는 타이틀은 그에게 0.145라는 타율조차 용납하지 않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댔다. 툭하면 터져 나오는 ‘307억 값’ 얘기는 노시환의 어깨를 더욱 짓눌렀을 것이다.

◇ ‘일보 후퇴’가 아닌 ‘이보 전진’을 위한 결단

염경엽 감독이 부진한 치리노스에게 ‘상하 제구’라는 명확한 처방을 내렸듯, 한화 벤치 역시 노시환에게 ‘휴식’이라는 처방전을 건넸다. 안 좋을 때 억지로 1군에 남아 비판의 화살을 맞는 것보다, 이천(2군)에서 자신의 원래 메커니즘을 복구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 노시환은 돌아온다, 한화의 가을은 그에게 달렸기에

대한민국 야구계에서 노시환이 이대로 무너질 것이라 믿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는 이미 지난 3년간 리그를 지배했던 타자다. 슬럼프는 구름과 같아서 시간이 지나면 걷히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돌아온 이후다. 307억이라는 숫자를 잊고, 그저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를 가득 메운 팬들의 함성에 즐겁게 배트를 휘두르던 ‘소년 장사’의 마음가짐을 되찾아야 한다. 노시환이 없는 한화 타선은 상상할 수 없다. 그가 다시 1군 마운드 위에서 시원한 홈런 포를 가동할 그날을 위해, 지금의 쉼표는 반드시 필요하다. white21@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