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영화 ‘거미집’에서 막대한 돈을 두고 처절하게 다툰 ‘투수정’ 임수정과 정수정이 다시 만났다. 이번에도 둘의 관계는 껄끄럽다. 남편도 모자라 재산까지 뺏으려는 임수정과 처절하게 복수하려는 정수정이 한기 서린 싸움을 펼친다. 이른바 ‘사연 있는 나쁜 X’의 맞대결이다.
tvN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이하 ‘건물주’) 속 두 여성의 관계 변화는 흥미진진하다. 임수정이 연기한 김선과 정수정이 연기하는 전이경은 남편 때문에 엮였다. 김선의 남편 기수종(하정우 분)과 전이경의 남편 민활성(김준한 분)이 둘도 없는 절친이라서다. 평범한 관계라면 서로 의지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겠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이 관계는 파멸로 치닫고 있다.

◇ 임수정, 천연덕스러운 악의 얼굴
장모(김금순 분)의 재산을 노리는 민활성은 기수종과 함께 아내 전이경을 납치하는 사기극을 벌였다. 이 끔찍한 사건의 모든 과정을 알고 방관한 것이 바로 김선이다. 겉으로는 타인을 위하는 척 위로하는 말을 뱉어대지만, 실상은 가장 음흉한 마음을 먹고 있다.
심지어 남편의 절친 민활성과 불륜을 저지르기도 했다. 기수종이 잠자리 영상까지 확인했음에도 “지겨워. 나도 힘들어. 이제 그만 잊어”라는 말로 남편의 자존심을 짓밟고, 범죄를 은닉하는 치밀함도 보인다. 사실상 ‘건물주’의 가장 완벽한 빌런이다.
영화 ‘거미집’과 디즈니+ ‘파인: 촌뜨기들’에서 표독스러운 얼굴을 그려낸 임수정은 김선으로 빌런 연기의 정점을 찍고 있다. 바람을 피운 것도 모자라 남편이 자신을 버릴까 선수를 쳐 이혼하려는 꾀를 부리는가 하면, 교묘한 화법으로 타인을 농락하는 등 온갖 이기적인 행동을 일삼는다. 임수정은 특유의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김선의 악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임수정이라서 더 사실적이고, 이상하게도 덜 미운 매력적인 악역이 탄생했다.

◇정수정, 비련의 주인공에서 핏빛 복수의 화신으로
정수정이 연기하는 전이경은 앞선 납치 사기극 속에서 모친을 잃고 남편은 식물인간이 된 비련의 인물이다. 그 과정에서도 철없는 남편의 빚을 모두 갚아주고 주위 사람들을 챙기며, 이 드라마에서 시청자가 기댈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식물인간이 된 남편의 휴대전화에서 불륜 흔적을 발견하고, 그 상대가 김선이라는 진실을 알게 된 뒤 전이경은 복수의 화신으로 돌변했다. ‘건물주’의 유일한 절대선인 기수종과 김선의 딸 다래를 납치하기로 한 것. 부모 대신 사과하러 온 다래에게 “부모 버리고 나랑 살자”고 제안했다가 거절당하자, “이제부턴 너도 책임 있는 거다”라며 납치를 강행했다. 정수정은 마치 서리가 내릴 듯 한기가 가득한 표정으로 흑화한 전이경의 감정을 완벽히 묘사했다. 막대한 부를 가진 그녀가 어떤 핏빛 복수를 시작할지 공포마저 감돈다.
임수정과 정수정은 예측 불가능한 갈등이 곳곳에서 터지는 ‘건물주’에 안정적인 연기로 현실감을 부여하고 있다. 선과 악, 분노와 슬픔, 인류애의 감성과 처절한 이기심을 오가는 입체적인 모습으로 작품의 매력을 더한다. 현실에서 벌어지기 힘든 장면이 그럴듯하게 우연과 필연으로 겹치는 ‘건물주’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평단의 극찬을 받았던 ‘거미집’에 이어 ‘건물주’도 두 여배우 덕분에 오래 회자될 시리즈로 나아가고 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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