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21일 밤, 대한민국의 역사가 서린 광화문 광장에 가슴 시린 선율이 울려 퍼졌다. 방탄소년단의 컴백 라이브 ‘아리랑(ARIRANG)’이다. 보랏빛으로 물든 서울 밤하늘 아래 펼쳐진 공연은 팀의 새로운 챕터인 ‘BTS 2.0’을 전 세계에 선포하는 무대이자, 21세기 한국 문화사에 선명히 기록될 기념비적 사건이었다.

광화문 광장의 상징성 탓에 공연 전부터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섰던 무대다. 하지만 베일이 벗겨진 순간, 그곳은 방탄소년단이 아니면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예술의 장이었다. 2022년 10월 이후 3년 5개월의 ‘군백기’를 마치고 완전체로 선 이들은 “역시 BTS”라는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압도적인 존재감을 광화문 광장에서 증명했다.

공연의 핵심은 전통과 현대의 결합이었다. 신보 1번 트랙이자 공연의 첫 곡 ‘바디 투 바디(Body to Body)’가 시작되자 현장은 전율에 휩싸였다. 특히 곡 말미 웅장한 ‘아리랑’ 선율이 광화문 광장 전체를 휘감는 순간, 현장에는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이 떠밀려왔다. 전 세계에서 모인 10만 인파가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한국의 민요를 떼창하는 광경은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하기 힘든 비현실적 절경이었다.

연출은 가히 혁신적이었다. 액자 구조의 큐브형 LED 무대가 광화문의 전경을 프레인 안으로 끌어들이며, 한국 전통 건축의 ‘차경(借景)’의 미학을 실현했기 때문이다. 노래의 호흡에 맞춰 10만 응원봉이 파도치고, 광화문 누각 위를 흐르는 미디어 파사드가 멤버들의 퍼포먼스와 맞물리면서 광장 전체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으로 승화된 분위기였다.


방탄소년단의 진화도 돋보였다. 야외 광장의 고질적 한계인 음향의 산란을 정교하게 제어한 기술력 덕분에 타이틀곡 ‘스윔(SWIM)’을 비롯해 신곡들의 몰입도는 극대화됐다. 태극기의 건곤감리 문양에서 착안한 미디어 아트, 조선시대 갑옷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무대 의상은 ‘아리랑’ 앨범이 지향하는 한국적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완성했다.


특히 무대 위 멤버들의 표정은 흡사 데뷔 초를 보는 것처럼 환희로 가득했다. 격렬하게 안무하고 에너지를 쏟아내면서도 얼굴에는 웃음이 떠날 줄 몰랐다. 멤버들은 “군 공백기 동안 혹시 잊혀지지 않았을까 하는 두려움과 컴백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고 솔직히 고백하며 “하지만 이 자리에 서니 비로소 행복하다”는 말로 광화문 광장을 채운 아미에게 공을 돌렸다.



광화문에서 새로운 전설의 서막을 연 방탄소년단은 오는 4월 9일과 11, 12일 사흘간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월드투어 ‘아리랑’의 닻을 올린다. 총 34개 도시 82회에 달하는 대규모 투어다. 서울 광화문에서 시작된 ‘아리랑’의 선율이 이제 전 세계를 뒤덮을 순간이다. roku@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