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10만 명이 넘었다. 하나의 도시가 통째로 이동한 것과 맞먹는 엄청난 인파가 서울의 심장부를 점령했다. 자칫 발끝 하나만 엉켜도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밀집도였다. 오전부터 쉴 새 없이 호루라기가 울렸고, “이동하세요”, “지나갈게요”라는 경찰과 안전요원들의 외침 속에 팽팽한 긴장감이 도사렸다. 하지만 지난 21일 광화문 광장은 그 어느 때보다 안전했고 질서 정연했다.
이날 광화문 광장에서는 방탄소년단(BTS)의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발매를 기념하는 대규모 무료 공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이 열렸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생중계된 이 역사적인 완전체 귀환 무대를 직접 보기 위해 국적과 세대를 불문한 글로벌 팬들이 이른 아침부터 광장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광화문 일대에는 주최 측 추산 10만 명에 달하는 거대한 인파가 운집했다. 좁은 골목길마저 꽉 들어차며 자칫 대형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으나, 현장 어디에서도 위험이나 공포는 감지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안전 행정의 철저한 대비가 돋보인 덕분이다. 일찌감치 현장에 투입된 경찰과 안전요원들은 경광봉을 흔들며 빽빽하게 들어찬 인파를 끊임없이 분산시키고 동선을 우회시켰다. 광장 진입로에는 금속 탐지기가 설치됐고, 공항 검색대를 방불케 하는 철저한 가방 및 소지품 검사가 이뤄졌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구급차와 소방차가 인근에 촘촘하게 배치되며 시민들의 심리적 안정감을 더했다.

이러한 철통 통제와 행정력 뒤에는 기꺼이 불편을 감수한 시민들의 성숙한 협조가 있었다. 이날 광화문역 등 인근 지하철역 출입구 29곳이 폐쇄되거나 무정차 통과했고, 버스 우회 운행 및 주변 건물 출입 통제 등 강도 높은 제한이 이뤄졌다. 현장을 지나는 시민들은 국가적 이벤트에 해당하는 대형 공연인 만큼 안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통제에 적극적으로 따랐다.
차분하고 질서 정연하게 진행되는 행사에 세계가 놀랐다. 튀르키예에서 온 20대 여성은 “떨리는 마음으로 어제 한국을 찾았다. 기분이 좋고 설렌다. BTS 덕분에 한국과 진정한 형제가 됐다”면서 “사람이 많이 몰렸지만, 불안하지 않다”고 성숙한 시민 의식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행사 종료 후, 수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구역별로 순차적인 퇴장을 유도한 점도 주효했다. 비록 밖으로 빠져나가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은 길어졌지만, 불만을 터뜨리거나 밀치는 사람 없이 안전하게 인파가 해산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이었다.

성숙한 시민의식의 화룡점정은 방탄소년단의 팬덤 ‘아미(ARMY)’가 찍었다. 공연의 짙은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 300여 명의 팬들로 구성된 ‘아미 자원봉사단’이 보라색 슬로건을 두르고 나타났다. 이들은 쓰레기봉투를 들고 광장 곳곳을 돌며 10만 명이 휩쓸고 간 자리를 흔적도 없이 깨끗하게 치워냈다.
10만 명의 인파 속에서도 단 한 건의 사고도 허락하지 않은 완벽한 통제와 불편을 이해한 시민들, 그리고 머문 자리까지 아름답게 닦아낸 팬덤까지 모든 박자가 완벽히 맞았다. 방탄소년단의 2막을 알린 광화문의 밤은 K팝의 위상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K안전’과 ‘K시민의식’을 전 세계에 증명한 완벽한 축제였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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