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화려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난 뒤 공개된 객석 사진은 오스카의 영광을 단숨에 지워버렸다. 좌석과 통로에는 간식 상자, 빈 병, 과자 봉지가 널려 있었다.

누군가는 상을 들고 웃었고, 누군가는 기립박수를 받았지만, 행사가 끝난 자리에 남은 건 쓰레기였다.

이 장면이 더 씁쓸하게 읽힌 건 이날 현장에 환경보호를 꾸준히 말해온 스타들이 함께 있었다는 것 때문이다.

제인 폰다, 하비에르 바르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를 강조해온 이름들이 그 자리에 있었지만, 시상식이 끝난 뒤 객석 풍경은 그 메시지와는 썩 어울리지 않았다.

물론 특정 스타가 쓰레기를 버렸다고 단정할 순 없다. 운영 문제일 수 있고, 쓰레기통 배치가 부족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조명이 꺼진 뒤 남겨진 흔적이 실망스러운 건 사실이다.

그런데 남들이 버린 쓰레기까지 줍는 스타가 있다. 메이저리그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다.

그는 경기장 안팎에서 쓰레기를 줍는 선수로 잘 알려져 있다. 더그아웃 바닥, 그라운드 주변, 누구라도 지나칠 수 있는 작은 쓰레기 앞에서 그는 망설임 없이 허리를 숙인다.

이 행동은 단순한 미담으로 끝나지 않는다. 습관이고 태도이며 철학이기 때문이다. 오타니는 고교 시절부터 “쓰레기는 사람이 떨어뜨린 운이고, 주우면 운을 줍는다”는 사사키 히로시 감독의 가르침을 실천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이 버린 것을 치우는 일을 손해가 아니라 자신을 다듬는 일로 승화시킨 셈이다.

오스카 객석에 남겨진 장면과 오타니의 행동이 대비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쪽은 환경을 말했고, 다른 한쪽은 말없이 행동한다. 한쪽은 화려한 조명 아래 박수를 받았고, 다른 한쪽은 굳이 티 내지 않고 자리를 정리했다.

한껏 차려입은 아카데미 시상식의 참석자들이 손에 쓰레기를 들고 이동하기 어려웠을수 있다. 앞열이 아닌 뒷열에서는 눈치보지 않고 버렸을지도 모른다. 또한 미국엔 팝콘, 음료컵 등을 그 자리에 두고 나오는 문화도 잔존한다. 그럼에도 바닥의 쓰레기는 말한다.

“오스카 트로피는 빛났지만, 그날의 품격까지 빛났다고 보긴 어려웠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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