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8강 콜드패
일각에서 ‘우물 안 개구리’ 비판
도쿄 예선 노력은 어디로?
류지현호, 박수받아 마땅하다

[스포츠서울 | 박연준 기자] ‘한국 야구는 우물 안 개구리’
물론 저런 말을 들을 정도로 결과는 참혹했다. 17년 만에 밟은 8강 무대는 단 7이닝 만에 차갑게 식어버렸다. 그러나 도미니카공화국에 당한 0-10 콜드패라는 숫자만으로 류지현호가 도쿄에서 마이애미까지 걸어온 헌신과 기적을 통째로 부정할 수는 없지 않나. ‘우물 안 개구리’라거나 ‘암울한 현실’이라는 말로 치부하기엔, 지난 보름간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투혼의 무게가 절대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지난 1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전에서 도미니카공화국에 0-10, 7회 콜드게임 패배를 당했다. ‘우주 최강’이라 불리는 메이저리그 올스타 군단의 화력 앞에 우리 마운드는 제구 난조로 자멸했고, 타선은 도미니카의 구위에 눌려 침묵했다.

일각에서는 벌써 한국 야구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냉정히 복기해보면, 지금은 비난보다 박수가 먼저여야 한다.
애초 이번 대표팀의 현실적인 목표는 ‘1라운드 통과 및 8강 진출’이었다. 지난 세 차례 대회에서 번번이 조별리그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한국 야구에 8강은 반드시 넘어야 할 벽이었다. 류지현호는 도쿄에서 가혹한 확률과 압박감을 뚫고 그 벽을 기어이 넘어섰다. 도쿄돔에서 보여준 그 절박한 투혼과 기적 같은 서사는 한국 야구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물론 이번 8강전은 세계 야구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게임 자체가 안 된다고 느껴질 정도로 실력 격차가 컸다. 특히 메이저리거들과 정면 승부에서 드러난 제구력의 한계와 수비의 세밀함 부족은 한국 야구가 풀어야 할 영원한 숙제로 남았다.

분명한 수확도 있다. 이번 대회는 철저하게 젊은 피 위주의 세대교체를 단행한 무대였다. 곽빈, 박영현, 김택연, 조병현 등 어린 투수들이 마이애미의 마운드에서 느낀 압박감과 실패의 경험은 향후 4년 뒤를 기약하는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했다면 도쿄에서의 기적도 없었을 것. 0-10이라는 점수는 현재 우리가 처한 냉정한 전력 차를 보여주지만, 그것이 우리 야구의 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물 안에서 밖으로 나와 직접 매를 맞으며 격차를 확인한 것 자체가 이미 성장을 위한 첫걸음을 뗀 셈이다.

17년 만의 8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일궈낸 선수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비난이 아닌 격려다. 도쿄에서 시작해 마이애미에서 멈춘 류지현호의 여정은 한국 야구가 다시 세계의 중심을 향해 나아가는 소중한 이정표가 된다.
비난의 화살을 거두고, 이들이 가져온 쓰라린 경험이 한국 야구의 토양을 얼마나 비옥하게 만들지 지켜봐야 한다. 곧 대표팀이 고국으로 돌아온다. 잘 싸운 류지현호에게 박수를 보내자. 그들은 고개를 숙일 이유가 전혀 없다.
한편 대표팀은 오는 1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duswns06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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