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은의 소회

노경은, 8강전도 대표팀 필승조

노경은 “또 잘 던지겠다” 각오

[스포츠서울 | 박연준 기자]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 실력이 곧 국가대표의 자격이다.

불혹을 넘긴 노장의 어깨가 한국 야구를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건져 올렸다. ‘왜 42세 노장을 뽑았느냐’는 세간의 비아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노경은(42·SSG)이 없었다면 17년 만의 WBC 8강 진출이라는 기적도, 마이애미행 전세기도 없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지난 9일 호주전에서 7-2 승리를 거두며 극적인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 승리의 숨은 공신, 아니 일등 공신은 단연 노경은이었다. 선발 손주영이 1회 종료 후 갑작스러운 팔꿈치 통증으로 강판당한 절체절명의 위기. 몸도 채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마운드를 이어받은 노경은은 2이닝을 무실점으로 완벽히 틀어막으며 호주 타선의 기세를 완전히 꺾어놓았다.

류지현 감독은 “가장 어렵고 변수가 컸던 상황에서 노경은이 모든 분위기를 살려냈다. 감독으로서 존경스러울 정도”라며 베테랑의 헌신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도쿄돔서 만난 그는 “선발 (손)주영이에게 뒤에 내가 있으니 편하게 던지라고 농담했는데, 이렇게 빨리 나갈 줄은 몰랐다”며 웃어 보였다. 그는 “팔이 빨리 풀리는 편이라 김광삼 코치님께 내가 나가겠다고 자원했다. 그저 모든 것을 짜내서 던졌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소회를 밝혔다.

사실 대회 전부터 그를 향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세대교체 역행’이라는 비판 여론이 그를 괴롭혔다. 노경은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국가대표로 뽑히고 나서 내가 왜 여기에 와 있는지를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는 마음의 짐이 컸다”며 “오늘 경기를 통해 조금이나마 팀에 도움이 된 것 같다. 비로소 그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에게 이번 대회는 야구 인생의 마지막을 장식할 화려한 피날레와 같다. 그는 “원래 국가대표급 선수도 아닌 내게 이런 기회가 온 것이 감사하다. 마지막 대표팀을 8강 진출이라는 좋은 결과로 장식해 다행”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제 시선은 미국 마이애미로 향한다. 단판 승부로 치러지는 결선 토너먼트에서 베테랑의 경험은 그 무엇보다 강력한 무기다. 노경은은 “미국에서는 모든 선수가 즐기면서 할 것이다. 한 경기 지면 끝인 만큼, 다시 한번 모든 것을 짜내서 한 경기씩 이겨나가겠다. 또 잘 던져보겠다”고 비장한 출사표를 던졌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해묵은 격언을 마운드 위에서 몸소 증명한 노경은. 그의 노련한 투구가 마이애미에서도 큰 힘이 될 전망이다. duswns06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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