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의 흥행 질주가 거침없다. 개봉 20일째인 23일 누적 관객 수 600만 명을 돌파하며 극장가의 분위기를 단숨에 뒤집었다. 지난 21일 500만 고지를 넘어선 지 불과 이틀 만에 100만 관객을 추가로 끌어모은 속도다. 단순한 흥행 성적을 넘어 하나의 현상에 가깝다.

이 같은 흐름은 역대 사극 흥행작들과 비교해도 눈에 띄는 기록이다. 사극 최초 천만 기록을 세운 ‘왕의 남자’가 29일, 사도가 26일 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했던 것과 견주면 ‘왕사남’의 기세는 더욱 가파르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광해, 왕이 된 남자’와 동일한 흥행 속도를 기록했다는 점 역시 의미를 더한다.

흥행 그래프는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힘을 받는 모양새다. 개봉 3주 차 주말(20~22일) 동안 141만4221명이 극장을 찾으며 누적 582만8899명을 기록, 3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굳건히 지켰다.

이는 2주 차 주말 관객 수(95만6729명)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통상적으로 개봉 초반의 화제성이 잦아들며 관객 수가 감소하는 시점임에도 ‘왕사남’은 반대로 상승 곡선을 그렸다. 입소문과 재관람 열풍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는 덕분이다.

이쯤 되자 자연스럽게 시선은 ‘천만’이라는 상징적 숫자로 향한다. 장항준 감독은 앞서 SBS 파워FM ‘배성재의 텐’에 출연해 “천만이 될 리도 없지만 만약 된다면 전화번호를 바꾸고 개명과 성형을 하겠다. 다른 곳으로 귀화할까도 생각 중”이라며 특유의 유쾌한 공약을 내걸었다. 당시에는 농담처럼 들렸던 발언이었지만 현재의 흥행 추세를 고려하면 마냥 웃어넘길 이야기만은 아니다.

극장가에서 가장 최근 천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은 2024년 4월 개봉한 ‘범죄도시4’다. 이후 한동안 등장하지 않았던 천만 영화의 계보를 ‘왕사남’이 잇게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무엇보다 대형 프랜차이즈나 액션 블록버스터가 아닌 사극 장르 작품이 이 같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에서 산업적 의미 역시 크다. 장르 다양성 측면에서도 반가운 신호로 읽힌다.

‘왕사남’의 영향력은 스크린 밖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영화의 주요 배경지로 등장한 강원도 영월이 새로운 관광지로 주목받으며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촬영지를 찾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영화가 지역과 상생하는 선순환 사례로 회자된다. 작품의 흥행이 문화 소비를 넘어 실제 경제적 효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영화계 관계자들은 “작품의 서사,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사극 장르의 대중성” “배우들의 높은 호감도” “세대를 가리지 않는 관객층” 등을 흥행 포인트로 꼽았다. 젊은 관객부터 중장년층까지 폭넓은 관람층을 확보하며 장르적 장벽을 허물고 있다.

600만을 넘어선 ‘왕사남’의 질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관객 수가 힘을 받는 입소문 흐름, 계속되는 화제성, 그리고 스크린 밖으로 확장된 파급력까지 여러 지표들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과연 ‘왕사남’이 또 하나의 기록을 완성하며 진짜 ‘천만 영화’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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