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진정 악질적인 탈세범일까?”

배우 김선호가 무지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스스로 빌미를 제공했다. 가족 법인을 이용해 소득을 우회하려 했다는 의혹이 김선호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웠다.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면 잘못이 없는 건 아니나, 파렴치한 범죄자와 동일선상에 놓기엔 억울한 구석이 많다.

김선호가 ‘고의적 탈세범’이 아니라는 가장 강력한 증거는 거액에 달하는 판타지오 전속 계약금의 행방이다. 스포츠서울 취재 결과 김선호는 계약금을 법인이 아닌 개인 계좌로 수령했다. 법인세(19%) 대신 소득세(49.5%)를 감수하고 정공법을 택한 것이다.

만약 작정하고 ‘도둑질’을 하려 했다면, 이 큰 덩어리의 돈부터 법인으로 빼돌리는 게 합리적이다. 법인으로 받았다면 수억 원의 세금을 아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약금의 개인 계좌 수령은 ‘조세 포탈’의 고의가 없었음을 증명한다.

물론 논란이 된 가족 법인 ‘에스에이치두’의 운영 실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해당 법인은 필수 요건인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조차 하지 않았다. 소속사는 “실제 사업 활동이 없어 폐업 절차 중”이라고 해명했으나, 이는 되려 전문가들에게 덜미를 잡히는 자충수가 됐다.

김명규 변호사 겸 회계사는 “사업 활동이 없는데 법인 카드를 쓰고 부모님께 월급이 나갔다면, 이는 세법상 업무 무관 비용이자 소속사가 스스로 횡령·배임을 자백한 꼴”이라고 꼬집었다.

탈세를 피하려다 횡령을 인정한 셈이다. 세법에 대한 무지와 행정적 안일함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법인 카드로 가족의 생활비를 쓴 것은 명백한 잘못이며, 그에 합당한 세무조사와 가산세 폭탄을 감내해야 한다.

마치 데자뷔를 겪는 듯하다. tvN ‘갯마을 차차차’로 정점을 찍으려다 사생활 스캔들에 발목 잡혔던 것처럼, 넷플릭스 ‘이 사랑 통역 되나요?’로 재도약하려는 시점에 문제가 터졌다. 반듯한 이미지와 달리 잊을 만하면 터지는 구설은 배우로서 치명상이다. 대중의 시선도 차갑다.

다행인 점은 김선호가 뒤늦게나마 행동으로 책임을 졌다는 사실이다. 4일 소속사의 입장문을 살펴보면 김선호는 논란 직후 문제가 된 법인 카드 사용액과 가족 급여를 모두 반납했고, 개인소득세까지 추가로 납부 완료했다. 금전적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행정적 과오를 바로잡은 것이다.

김선호는 무지와 미숙함에 대한 비싼 수업료를 치렀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이를 두고 음주운전이나 마약 사범처럼 연예계에서 영구 퇴출해야 한다거나, 광고계가 손절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나친 비약이다. 그는 판단이 어리석었을 뿐, 대중을 기만하고 막대한 부를 축적하려던 ‘도둑놈’은 아니기 때문이다.

수백억 원대 추징금이 거론되는 차은우의 사례와 과거의 푼돈을 아끼려다 행정 오류를 범한 김선호를 같은 선상으로 묶는 것은 가혹하다. 잘못이 분명하지만, 그 죄의 무게보다 더 큰 돌을 던지는 것은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지금 김선호가 당하는 망신은 덩치만 커진 K-콘텐츠 산업이 여전히 ‘주먹구구식 행정’에 머물러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번 사태가 특정 배우를 향한 인민재판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연예계 전반에 만연한 ‘세무 불감증’을 도려내고 투명한 시스템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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