벵골 호랑이 vs 생존자…두 기억 속 혼란 ‘진실 혹은 거짓’
‘믿음’이 곧 ‘선택’…상상의 자유는 어디까지
3월 2일까지 GS아트센터…3월 7~15일 부산 공연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전 세계 화제작 ‘라이프 오브 파이’가 2025년 11월 한국에 상륙, 경이로운 판타지 세계로 이끌며 절찬 공연 중이다. 뮤지컬·연극·인형극 등 특정 장르로 정의하지 않고, 당연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라이브 온 스테이지(Live on Stage)’로써 공연예술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디. 특히 생명을 불어넣은 퍼펫의 등장으로 생동감과 긴장감을 한층 더 높인다. 그 사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단 한명의 ‘인간’ 박강현이 스토리텔러로 나선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전 세계 50개 언어로 출판돼 누적 1500만 부 이상을 기록한 얀 마텔의 소설 ‘파이 이야기(Life of Pi)’를 원작으로, 국내에서는 2013년 영화로도 흥행한 작품이다.

작품 속 박강현은 가족과 함께 인도를 떠나 캐나다로 향하던 도중 거대한 폭풍에 휩쓸려 태평양 한가운데 구명보트에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와 단둘이 남겨진 소년 ‘파이’의 227일간의 모험을 전한다. 망망대해에서 살아남은 2000년도의 ‘파이’가 위태롭게 떠 있는 보트 위에서 사투를 벌인 1970년도 ‘파이’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 한다.
그런데 그의 기억은 두 가지다. 생존을 위해 벵골 호랑이와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던 경험과 난파선에서 구사일생한 이들의 생존게임이다. ‘파이’는 관객들에게 “제 이야기를 들으러 오신 거죠?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요?”라고 질문을 던지며 진술을 번복한다.
‘라이프 오브 파이’ 연습 당시 리 토니 인터내셔널 투어 연출은 배우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믿든 그건 배우의 몫”이라며 신비로운 여정에 온전히 빠져들게 했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스무고개 하듯 힌트를 던지는 ‘파이’ 박강현은 “정답이 없다”라고 말하면서도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 매회 다른 공기…관객과 함께 완성하는 이야기
박강현의 전혀 다른 두 이야기에 대해 “논리적으로 말이 될 법한 것을 믿고 가려고 했는데,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다. 어쩌면 그 생각(하나의 진실)을 가로막으려는 작가의 의도가 아닌가 싶다”라며 하나의 경험을 선택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래도 박강현의 시선은 첫 번째 이야기로 향했다. 벵골 호랑이와 섬뜩하지만 아름다운 기억을 남기고 싶은 ‘파이’의 설득을 담았다. 그는 “‘파이’의 정신이 온전치 않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말도 안 되는 장면을 봤거나 특히 말하는 호랑이와 대화하는 신에서 환청을 들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뭔가 일부러 지어내서 이야기하는 것을 안 좋아한다. 솔직함이 정답”이라며 “첫 번째 이야기를 내가 겪었고, 진실이라고 스스로 믿고 출발한다. 뭘 하든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믿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을 가지고 말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선택은 확고했다. 하지만 관객들의 상상력을 존중하기에 강요하고 싶진 않다는 것이 배우로서의 입장이다. 박강현은 “내 경험에서 말이 되고 안 되고를 따지긴 하지만, 엄청 논리적이지 않고 열려있다”라며“100명 중 99명이 아니라고 해도 한 명이 맞다고 하면 그 가능성을 열어둔다. 삶에 있어서 단정 짓지 않는 건 작품 활동에도 도움이 된다”라고 덧붙였다.
박강현은 관객들에게 장면 속 전율을 자유롭게 표현하라고 강조했다. 매회 다른 공연장의 공기가 그날의 무대를 완성되기 때문이다. 박강현은 “나를 떠나 관객의 분위기와 상대 배우들의 느낌에서 매일매일 선택이 달라진다. 매번 첫 번째 이야기를 염두에 두고 가지만, 나를 열심히 설득해도 두 번째 이야기가 ‘진짜’라고 믿어지는 날도 있다”라며 관객들과 함께 풀어나가는 여정을 기대했다.
도서나 영화로 이미 명성을 얻은 작품이지만, 라이브 공연만의 묘미를 따라올 수 있으랴. 박강현은 “이야기를 알고 오는 것과 모르고 오는 것에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책을 제일 먼저 읽으면 자신의 상상과 다르다고 느낄 수 있다”라며 “지인 중 영화를 안 보고 공연장에 온 분들의 반응이 좀 더 좋더라. 처음 만나는 작품이라면 공연을 가장 먼저 보는 것을 추천한다”라고 강조했다.
작품 최초 라이선스 프로덕션이자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공연되는 한국의 ‘라이프 오프 파이’는 오는 3월 2일까지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이어 ‘바다의 도시’로 무대를 옮겨 3월 7~15일 부산 남구 드림씨어터에서 흥행을 이어간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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