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중국 설원을 뒤흔들던 영웅이 이제는 의심의 대상이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상징이었던 구아이링(에일린 구)를 향한 중국 내부 여론이 식어가고 있다. ‘애국 아이콘’에서 ‘먹튀 논란의 중심’으로 프레임이 바뀌고 있다.
구아이링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중국 대표로 출전해 금메달 두 개와 은메달 하나를 쓸어 담으며 단숨에 중국 스포츠의 얼굴이 됐다. 미국에서 태어나 성장했지만 중국 국적을 택한 선택은 당시 ‘전략적 귀환’이자 ‘국가적 서사’로 소비됐다. 중국은 설상 종목 역사상 첫 슈퍼스타를 손에 넣었다는 자부심에 들끓었다.
그러나 열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무릎 부상 등을 이유로 국제 대회 출전이 줄어들고, 미국에서 학업과 개인 생활을 이어가는 모습이 공개되자 여론은 급변했다. “돈 벌 땐 중국인, 쉬러 갈 땐 미국인”이라는 비아냥이 퍼졌고, 영웅은 순식간에 ‘거리감 있는 스타’로 전락했다.

여기에 천문학적인 수익 규모가 불을 붙였다. 모델 계약과 광고 활동으로 누적 수익이 1200억 원대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존경은 질투와 의심으로 뒤섞였다. 중국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그의 행보를 ‘먹튀의 증거’로 받아들였다.
결국 구아이링은 직접 반격에 나섰다. 그는 자신의 SNS에 “지난 5년간 중국을 위해 39개의 메달을 땄다. 당신들은 무엇을 했느냐”고 적으며 날 선 메시지를 던졌다.
논란의 핵심은 이중 정체성이다. 미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 교육을 받고 성장한 그는 명문 스탠퍼드대에서 양자물리학을 전공한 엘리트이기도 하다. 올림픽에서는 중국 국기를 달았고, 일상은 미국이다.
4년이 흐른 지금, 구아이링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도 중국 대표로 출전한다. 관건은 결과다.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면 논란은 잦아들 가능성이 크다.
kenny@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