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사이판 캠프 떠난 WBC 대표팀

출국장, 말 그대로 인산인해

정신없는 상황 속, 팬 사인 해준 선수

“고우석 선수, 정말 고마워요~”

[스포츠서울 | 인천공항=박연준 기자] “선수님, 사인해주세요!”

새벽 인천공항 출국장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출국을 보기 위해 팬들이 이른 시간부터 몰렸다. 선수들도 이동 동선이 꼬일 만큼 정신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팬의 요청을 끝까지 외면하지 않은 선수가 있었다. 바로 고우석(28·디트로이트)이다.

WBC 대표팀은 9일 인천공항을 통해 1차 캠프지 사이판으로 출국했다. 21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캠프는 3월 일본 본선을 앞두고 처음으로 손발을 맞추는 시간이다. 대표팀의 기초를 다지는 단계다.

대표팀은 오전 8시쯤 공항에 도착했다. 탑승 수속 과정에서 팬과 취재진이 한꺼번에 몰리며 출국장 앞은 혼잡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취재진 바로 뒤에는 야구공과 유니폼을 들고 선수를 기다리는 팬 수십 명이 줄을 섰다.

인터뷰가 끝날 때마다 팬들은 선수에게 다가가 사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출국 절차와 탑승 시간에 쫓기다 보니, 여러 선수는 연신 팬에게 “죄송하다”며 발걸음을 재촉해야 했다. 그만큼 여유가 없는 상황이었다. 사인을 못 해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고우석은 달랐다. 인터뷰를 마친 뒤에도 발걸음을 멈췄다. 팬들이 내민 유니폼과 공에 하나하나 사인을 남겼고, 요청이 이어지자 사진 촬영까지 응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했다. ‘팬 퍼스트’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고양시에 거주하는 야구팬 이진형 씨는 “사실 사인을 받을 거라고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냥 선수 얼굴만 보고 가려고 했다”며 “그런데 고우석 선수가 팬들에게 사인해주는 걸 보고 용기를 내서 다가갔다. LG 팬은 아니지만, 정말 감사했다. 공항에 온 보람이 있다”고 웃었다.

고우석에게 이번 대표팀은 여러 의미를 지닌다. 그는 출국 전 인터뷰에서 “지금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있다. 다른 건 생각하지 않는다. 대표팀에 집중하고, 어떻게든 도움이 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국가대표를 달았을 때나 지금이나 마음은 같다.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라며 “야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ML은 꿈이었다. 그 꿈을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duswns06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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