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故 안성기의 이름 옆에 늘 따라붙는 이름이 있다. 바로 배우 박중훈이다.

안성기와 박중훈은 한국 영화사에서 가장 완벽한 파트너십을 구축했던 ‘영원한 콤비’로 불린다. ‘칠수와 만수’ ‘투캅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라디오 스타’ 등 두 사람이 40년에 걸쳐 쌓아 온 호흡은 단순한 동료 관계를 넘어 한국 영화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역사 그 자체였다.

강우석 감독의 1993년 작품 ‘투캅스’는 한국 형사 영화의 교과서 같은 작품이다. 능글맞은 형사 조윤수(안성기)와 정의감에 불타는 신참 형사 강민호(박중훈)의 팽팽한 구도는 관객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당시 영화 소재로 ‘비리 형사’를 다뤘다는 것만으로도 혁신적이었는데, 안성기와 박중훈이 갈등을 딛고 뜨거운 동료애를 피워내는 전개는 지금까지도 많은 관객들의 마음속에 강렬한 불씨로 남아 있다.

이명세 감독의 1999년 작품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는 안성기가 살인범 장성민, 박중훈이 형사 우영민으로 재회했다. 극 중에서는 두 사람이 마주치는 신이 거의 없지만, 탄광촌에서 두 배우가 쏟아지는 빗줄기 아래 결투를 벌이는 장면은 한국 영화사의 가장 아름다운 액션신으로 기록됐다.

이준익 감독의 2006년 작품 ‘라디오 스타’는 사실상 두 사람의 실제 관계를 영화로 옮겨놓은 듯한 작품이다. 한물간 록스타 최곤(박중훈)과 그의 곁을 묵묵히 지키는 매니저 박민수(안성기)의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 극 중 떠나간 박민수를 향해 최곤이 외치던 “별 볼 때 형이 그랬지? 자기 혼자 빛나는 별 없다고. 와서 좀 비춰주라”는 대사는 실제 두 사람의 관계와 맞닿아 있었다.

지난해 11월, 에세이 ‘후회하지마’ 출간 당시 기자들과 만난 박중훈은 안성기를 향한 진심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안성기 선배님과의 마지막 작품인 ‘라디오 스타’는 저희 둘의 개인적인 연대와 우정이 없었으면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선배님은 제가 존경하는 스승님이자 친한 친구이고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고백했다.

다만 당시 박중훈은 혈액암 투병 중인 안성기를 못 본 지 1년이 넘었다고 털어놓으며 “개인적으로 통화나 문자 등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안되신다. 가족분들께 근황을 여쭤보고 있다”며 “제가 말은 덤덤하게 하지만, 굉장히 슬프다”고 안타까워한 바 있다.

영화 속 박중훈의 대사처럼, 안성기는 박중훈에게 한 명의 파트너를 넘어 동료까지 빛나게 해주는 큰 별이었다. 박중훈과 안성기의 콤비는 이제 막을 내렸지만, 두 사람이 남긴 명장면은 한국 영화사에 오래도록 찬란한 순간으로 남을 것이다. roku@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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