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프로축구 K리그에 이른바 ‘고승범법’이 전격적으로 가동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출산 휴가’를 두고 소속 구단과 갈등을 빚다가 팀을 떠난 고승범(수원 삼성) 사태가 프로 선수의 인권 침해 문제로 확산한 것을 주시, 지난 23일 K리그 대표자 회의 때 선수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표준계약서에 포함하는 안을 공유했다. 계약서상 ‘경조휴가 등’으로 명시할 예정이다.
고승범의 출산 휴가 사건은 그가 울산HD에서 뛰던 지난해 9월 A매치 휴식기 때 발생했다. 당시 둘째 출산을 앞둔 고승범은 아내와 첫째를 돌볼 상황이 여의찮아 두 달 전 출산 휴가를 요청, 수락받았다. 그런데 선수단 ‘수장’이 신태용 감독으로 바뀐 뒤 A매치 기간 강원도 속초에서 단기 전지훈련 일정이 들어섰다.
이때 울산 전 고위 관계자는 고승범에게 특정일을 제외하고 전지훈련에 합류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고승범은 사정을 언급하며 예정된 휴가 일정을 소화하기를 바랐다. 이 과정에서 고승범이 고위관계자로부터 ‘장모가 딸 가진 죄로 돌봄에 나서야 한다’, ‘제왕절개는 하루이틀이면 낫고 걸을 수 있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받은 사실이 공개됐다. 인권 침해 논란으로 번졌다.
급기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도 고승범 출산 휴가 사건을 접수받아 조사 중이다.
지난해 말 울산에 취임한 강명원 신임 대표이사와 김현석 신임 감독은 고승범의 마음을 다독이며 2026시즌 동행을 바랐다. 그러나 고승범은 자신은 물론 가족의 상처를 언급하며 울산을 떠나겠다고 선언, 긴 줄다리기 끝에 최근 친정팀인 수원 삼성으로 적을 옮겼다.

프로연맹은 고승범 출산 휴가 사건과 관련해 내부 논의를 거쳤다. 출산, 경조사 휴가 등 기본권 보장과 관련한 내용을 표준계약서에 명시하는 안을 마련했고, 각 구단 사무국장을 통해 의견 수렴에 나섰다. 애초 규정으로 명문화하는 것도 고려했다. 그러나 프로선수는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경조휴가 등에 대한 구단의 법정의무가 없다. 구단과 선수 간 합의를 통해 결정되고, 양측이 명확하게 인지해야 하는 점을 고려해 규정이 아닌 표준계약서에 삽입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특히 표준계약서 형태로 진행하면 당사자가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체결, 법적인 명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견해다.
‘고승범법’을 바라보는 대다수 구단은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시선과 더불어 안타까운 목소리를 냈다. 기본적으로 선수단 자체 운영 규정에 관련 내용을 포함했거나, 감독과 협의를 거쳐 휴가를 주는 구단이 존재한다. A구단 사무국장은 “출산 휴가 등 선수 기본권과 관련해서는 대다수 맞춰주는 편이다. 계약서에 삽입하는 게 어려운 건 아니지만 이런 상황까지 온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B구단 단장은 “만사 불여튼튼”이라며 “선수의 인권과 관련한 이슈가 지속하는 만큼 이런 장치를 두는 것도 괜찮다. 구단이 더 세심하게 살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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