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가 3, 4회를 기점으로 제대로 폭주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범죄물을 넘어 1970년대라는 시대의 공기까지 완벽하게 재현해낸 이 드라마는, 현빈과 정우성이라는 두 거물의 충돌로 시청자들의 도파민을 자극하고 있다.

여기에 조여정과 정성일의 빈틈없는 연기, 그리고 경제부 기자의 시선으로 본 ‘시대적 디테일’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씹고 뜯고 맛볼 거리가 넘치는 ‘연기 맛집’이 탄생했다.

이번 회차의 백미는 단연 주연 배우들의 ‘연기 배틀’이다. 현빈은 로맨틱 코미디의 황태자 이미지를 완전히 지웠다. 장발을 휘날리며 “돈 냄새는 기가 막히게 맡는” 백기태 역을 맡은 그는, 사투리 대신 낮고 묵직한 탁성(濁聲)으로 밑바닥 야성을 그려냈다. 위기 앞에서도 눈 하나 깜짝 않고 판을 키우는 배짱은 흡사 맹수 같다.

반면, 그를 쫓는 검사 장건영 역의 정우성은 날카로운 이성(理性) 그 자체다. 특유의 정확한 딕션과 서늘한 눈빛으로 시스템 안에서 정의를 구현하려는 고독한 검사를 완성했다. 4회 엔딩에서 두 사람이 스치듯 조우하며 서로에게 경고를 날리는 장면은 대사 몇 마디 없이도 화면을 찢을 듯한 ‘비주얼 텐션’을 선사했다.

두 주연 배우가 맞부딪힐 때 생기는 파편을 줍는 것은 조여정과 정성일의 몫이다.

조여정(배금지 역)은 거친 사내들의 틈바구니에서 자신만의 생존 방식을 터득한 인물로 등장해 극의 분위기를 환기한다. 화려한 70년대 패션을 완벽하게 소화한 그는, 아름다움 뒤에 숨겨진 서늘한 눈빛과 욕망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극의 미스터리를 증폭시킨다. 단순한 조력자가 아닌, 판을 흔들 ‘히든카드’로서의 존재감이 돋보인다.

여기에 전작 ‘더 글로리’에서 ‘나이스한 개새끼’로 불리며 사랑받았던 정성일(천석중 역)은 이번에도 특유의 절제된 카리스마를 발휘한다. 권력의 핵심부에서 모든 상황을 관망하듯 조율하는 비서실장 역을 맡아, 감정을 읽을 수 없는 포커페이스로 긴장감을 조여온다. 현빈이 불이라면 정성일은 얼음처럼 차갑게 대조를 이루며 드라마의 밸런스를 맞춘다.

드라마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1970년대’ 그 자체다. 우민호 감독은 자칫 촌스러울 수 있는 그 시절을 ‘힙(Hip)’하게 재해석했다. 현빈의 장발과 화려한 패턴의 셔츠, 정우성의 각 잡힌 수트와 클래식한 세단은 누아르 장르에 스타일리시한 색채를 더한다.

특히 뿌연 담배 연기 자욱한 다방과 화려하게 개발되는 강남의 공사판이 교차하는 미장센은 그 시절의 야만과 낭만을 시각적으로 완벽하게 구현했다. 여기에 적재적소에 깔리는 70년대 풍의 음악은 시청자들을 그 시대 한복판으로 데려다 놓는다. 단순히 보는 드라마가 아니라, 그 시대의 공기를 체험하게 만드는 ‘스타일 누아르’의 정점이다.

서로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한 네 남녀의 욕망이 5, 6회에서 어떤 파국을 맞이할지, 그리고 그 파국은 또 얼마나 스타일리시하게 그려질지 시청자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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