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지난 21일 한국경마의 한 시대를 풍미한 박태종 기수의 질주가 렛츠런파크 서울 제6경주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박 기수는 출발번호 1번을 달고 미라클삭스(3세, 암, 한국(포), 마주 김창식, 조교사 이신우)와 호흡했다.
박 기수의 1만6016번째 출발 게이트가 열리며 39년에 걸친 질주의 마지막 여정이 시작됐다. 1300m 단거리 경주에서 박 기수는 1번 안쪽 게이트의 이점을 살려 과감하게 선행을 선택했다. 출발 직후 여유 있게 선두를 장악했다. 레이스는 그의 리듬대로 흘러갔다. 결승선 50m 전까지 선두를 지키며 우승이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결승선 직전, 승부가 뒤집혔다. 7번마 이슬처럼과 이상규 기수가 폭발적인 추입을 선보이며 역전에 성공했다. 박 기수는 1과 1/4마신 차로 준우승했다. 관중석에서는 경마 전설이 준우승한 것에 대한 탄식과 더불어 젊은 기수의 추입 우승을 향한 환호가 교차했다.

경주 직후 위닝런은 아니지만 박 기수는 팬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주로를 따라 한 바퀴 돌았다. 박수가 경마장을 가득 메웠다. 동료 기수와 관계자도 오랜 시간 같은 길을 걸어온 동료에게 존경의 뜻을 표현했다.

1987년 첫 기승 이후 38년 9개월 동안 1만6016차례 말 위에 올랐다. 통산 2249승을 거뒀다. 박 기수가 남긴 숫자는 한국경마가 걸어온 시간과 같다. ‘경마 대통령’의 마지막 레이스는 팬의 환호와 격려 속에서 막을 내렸다.
그의 발자취를 기리는 시간은 지속한다. 오는 28일 서울 제6경주를 ‘경마대통령 박태종 은퇴 기념경주’로 편성한다. 은퇴 행사를 통해 오랜 세월 한국경마 발전에 기여해온 박 기수의 여정을 기릴 예정이다.
◇사진 판독으로도 가릴 수 없던 마지막 직선주로 접전…제2경주 공동 우승
지난 6일 열린 서울 제2경주에서 진귀한 순간이 펼쳐졌다. 파사스퍼트와 빅토리삭스가 결승선 앞에서 끝까지 밀고 당긴 끝에 나란히 결승선을 통과, 1위 동착이라는 이례적인 결과를 얻었다. 두 마리는 마지막 직선주로에서 동시에 추입을 시도하며 선두 탈환에 나섰지만, 승부는 가리지 못했다. 사진 판독 때도 미세한 차이를 가릴 수 없어 동착으로 최종 판정됐다. 단 한 번의 스퍼트, 한 호흡 차이조차 허용하지 않은 접전이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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