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고요한 사무실, 헤드폰을 끼고 있다. 상사가 여러 번 불러야 답을 한다. 옛날이라면 불호령이 떨어질 일이지만, MZ세대 발현 이후에는 자연스러운 풍경이 됐다. 화법도 달라졌다. 아무리 불합리하더라도 상사의 말에 돌려 조심스럽게 답하는 건 옛 관습이다. “아니요! 아닌데요!”라고 직관적으로 받아쳐야 20대 직장인이다.

MZ라는 허상과 진실의 묘한 이미지를 정확히 구현한 배우가 있다. JTBC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이하 ‘김 부장 이야기’) 속 ACT 기업 영업1팀 사원 권송희를 연기한 하서윤이다. 짙지 않은 화장기에 직관적으로 답하는 무심한 표정, 알록달록 귀여운 캐릭터가 즐비한 책상까지, 직장인이라면 기시감이 짙은 이미지를 만들었다. “어디서 실제 직장인을 데려왔냐”는 평가가 많았다.

하서윤은 최근 스포츠서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워낙 유명한 작품이니까 알고 있었고, 오디션 준비 과정에서 읽고 팬이 됐다. 저도 직장생활은 해본 적 없지만,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보니 상황이 어렵지 는 않았다”고 말했다.

사실상 하이퍼 리얼리즘이다. 류승룡이 연기한 김 부장은 물론이고, 백정태(유승목 분) 상무, 인사팀장(이현균 분)을 비롯해 영업1팀 송익현(신동원 분) 과장, 정성구(정순원 분) 대리, 영업2팀 도진우(이신기 분) 부장 모두 살아 숨쉬 듯 연기했다. 지극히 현실적인 드라마에 어떻게 생동감 있게 살아남느냐가 하서윤에게도 숙제였다.

“부모님께 많이 여쭤봤어요. ‘이런 사원 있냐’ ‘슬리퍼는 어떤 걸 신냐’ 등등이요. 소속사 사무실도 많이 방문했어요. 직원 분들 모두 개성이 뚜렷하더라고요. 송희가 MZ이긴 한데, 너무 노골적이면 오히려 반감이 나올 것 같았어요. 솔직함을 중점으로 두고 연기했어요. 실제 막내 사원같다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영업1팀 전체에 대한 평가가 좋았다. 김 부장이 사무실에서 이리저리 움직일 때나 김 부장이 떠나고 도 부장 밑에서 사실상 패싱 당할 때 등 모든 순간이 직장인의 얼굴이었다. 아무리 일을 하는 곳이더라도 사람이 사는 곳이 직장이다보니, 순간 순간 감정도 엿보여야 하는 집중력이 필요했다.

“송 과장, 정 대리님과 그룹 리딩을 정말 많이 했어요. 시선부터 챙겼던 것 같아요. ‘송희는 김 부장을 어떻게 볼 거 같아?’라는 질문으로 출발해요. 한 팀으로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작품에 도움이 될테니까요. 리허설도 많이 했어요. 배경으로 있을 때도 최대한 사실적으로 연기했어요. 그게 팀워크잖아요.”

사실상 연기 차력쇼였다. 선배고 후배고 따지지 않고 완벽했다.

“서열로 설명하면, 백정태 상무님은 정말 멋있어요. 입이 떡 벌어지게 연기하시더라고요. 게다가 웃기세요. 참을 수가 없었어요. 김 부장은 정말 존경스러워요. 드라마 끝나고 ‘존경합니다’라고 문자도 남겼어요. 현장을 끌고 가는 힘이 대단해요. 도진우 부장은 최악의 인연인데, 연기를 정말 잘해서 얼굴 보는 것도 무서웠어요. 1팀은 정말 감사해요. 여동생 대하듯이 편하게 끌어주셨어요. 덕분에 칭찬 받는 권송희가 탄생했어요.”

미모와 연기를 동시에 갖춘 배우다. 앞으로 기회가 더 많아질 수밖에 없는 재능이다. 마치 이제 사회에 발을 뗀 권송희처럼 하서윤도 성장하고 있다.

“이 관심과 사랑이 특별하면서 얼떨떨하거든요. 매일 매일 감사한 순간을 살고 있어요. 조금 더 다양한 얼굴로 또 관심받고 싶어요.”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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