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도항 삼치회 거리에서 만나는 겨울 별미…3kg 대삼치의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 서울식당 코스 요리로 완성

[스포츠서울 글·사진 | 고흥군 = 이주상 기자] 전남 고흥군의 청정 바다에서 잡힌 삼치가 겨울철 미식가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차가운 겨울 바닷바람을 맞으며 살이 오른 고흥 삼치는 쫄깃한 일반 활어회와는 차원이 다른 기름지고 부드러운 식감으로, 이 지역만의 독특한 미식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나로도항 인근 삼치회 거리는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전국에서 몰려든 미식 여행객들로 붐빈다.

고흥군은 남해안의 청정 해역으로 둘러싸인 반도 지역으로, 다도해의 복잡한 해안선과 빠른 조류가 만나 풍부한 어장을 형성한다. 이곳에서 잡히는 삼치는 영양분이 풍부한 먹이를 먹고 자라 살이 단단하고 기름기가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고흥 어민들은 “삼치는 바다의 청정도를 가늠하는 척도”라고 말한다. 수온과 수질이 좋아야만 품질 좋은 삼치가 잡히기 때문이다.

고흥에서 회로 사용되는 삼치는 일반 삼치와는 규격부터 다르다. 현지에서는 1미터가 넘고 3kg 이상 나가는 대형 삼치만을 회용으로 선별한다. 작은 삼치는 구이나 조림용으로 쓰이지만, 회로 먹기에는 대삼치의 두툼한 살코기가 훨씬 뛰어나다는 것이 현지 어민들과 요식업 종사자들의 한결같은 설명이다. 크기가 클수록 기름기가 적당히 오르면서도 살이 단단해 회로 썰었을 때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고, 입안에서 녹듯 부드러운 식감을 낸다.

삼치의 제철은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다. 특히 겨울 한파가 시작되는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가 삼치 맛의 절정기로 꼽힌다. 이 시기 삼치는 산란을 앞두고 영양분을 축적하며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차가운 수온에서 기름기가 알맞게 형성돼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풍미를 자랑한다.

고흥 수협 관계자는 “겨울철 삼치는 여름철과 비교해 지방 함량이 두 배 이상 높아진다”며 “이 기름기가 비린내를 잡아주고 감칠맛을 더해 회로 먹기에 가장 적합한 상태가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겨울 삼치는 은빛 껍질 아래 선명한 붉은 살코기가 자리하고, 그 속에 하얀 지방층이 마블링처럼 섬세하게 퍼져 있어 시각적으로도 아름답다.

고흥 삼치회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 활어회와는 완전히 다른 식감이다. 광어나 우럭 같은 흰살생선 회가 쫄깃하고 단단한 식감을 자랑한다면, 삼치회는 혀 위에 올려놓는 순간 부드럽게 녹아내리듯 사르르 풀어지는 독특한 질감을 가졌다. 이는 삼치가 등푸른생선으로서 근육 조직이 다르고, 특유의 기름기가 회 전체에 고루 분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입안에 넣으면 처음에는 담백한 맛이 느껴지다가, 곧이어 고소하고 부드러운 기름기가 입천장과 혀를 감싸며 은은한 단맛을 낸다. 씹을수록 살코기의 탄력과 지방의 부드러움이 조화를 이루며, 삼치 특유의 깊은 감칠맛이 퍼진다. 비린내가 거의 없고 오히려 신선한 바다 향이 은은하게 남아, 등푸른생선을 꺼리던 사람들도 삼치회만큼은 거부감 없이 즐긴다는 평이 많다.

또한 삼치회는 붉은 살 부위와 뱃살 부위의 맛이 확연히 다른 것도 매력이다. 붉은 살은 담백하면서도 쫀득한 맛이 나고, 뱃살은 기름기가 풍부해 고소하고 진한 풍미를 낸다. 한 접시에서 두 가지 식감과 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삼치는 맛뿐만 아니라 영양학적으로도 뛰어난 식재료다. 대표적인 등푸른생선으로서 EPA와 DHA 같은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혈관 건강과 두뇌 발달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특히 겨울철 삼치는 지방 함량이 높아 오메가-3 함량도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단백질 함량도 높아 100g당 약 20g의 양질의 단백질을 제공하며, 비타민 D와 비타민 B12, 셀레늄 등 미네랄도 풍부하다. 비타민 D는 칼슘 흡수를 도와 뼈 건강에 좋고, 비타민 B12는 빈혈 예방과 신경계 건강에 도움을 준다. 셀레늄은 강력한 항산화 물질로 면역력 증진과 노화 방지에 효과적이다.

특히 삼치에 함유된 타우린 성분은 피로 회복과 간 기능 개선에 도움을 주며,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도 효과가 있다. 겨울철 체력이 떨어지기 쉬운 시기에 삼치회가 보양식으로 각광받는 이유다.

고흥 지역에는 삼치회를 즐기는 독특한 방식이 있다. 바로 김에 싸서 먹는 것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상추나 깻잎에 회를 싸 먹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고흥에서는 바삭하게 구운 김에 삼치회를 올리고 초고추장이나 와사비 간장을 살짝 찍어 한입에 넣는다.

김과 삼치의 조합은 의외로 환상적이다. 김의 고소한 맛과 바삭한 식감이 삼치의 부드럽고 기름진 맛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김의 향이 삼치 특유의 향과 어우러져 풍미를 배가시킨다. 현지 식당 주인들은 “김이 삼치의 기름기를 적당히 잡아주면서도 맛을 살려준다”고 설명한다.

일부 식당에서는 김 외에도 쪽파, 마늘, 청양고추 등을 함께 내어 취향에 따라 조합해 먹을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삼치회를 먹고 난 뒤에는 뼈와 머리로 끓인 매운탕이 뒤따르는데, 개운하고 시원한 국물이 입안을 정리해주며 식사를 마무리하는 완벽한 한 끼가 된다.

나로도항 삼치회 거리의 대표 맛집 중 하나인 서울식당은 삼치를 활용한 다양한 메뉴를 선보여 방문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삼치 코스 요리로, 삼치회, 삼치 탕수, 삼치 조림을 한 상에서 모두 맛볼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코스의 첫 번째 메뉴인 삼치회는 당일 아침 나로도항에서 위판된 3kg 이상의 대삼치만을 사용한다. 두툼하게 썬 삼치회는 접시 가득 담겨 나오며, 신선도가 뛰어나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함께 나오는 김, 쪽파, 마늘과 곁들여 먹으면 고흥식 삼치회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두 번째 메뉴인 삼치 탕수는 서울식당만의 독창적인 요리다. 삼치를 한입 크기로 잘라 튀김옷을 입혀 바삭하게 튀긴 후, 새콤달콤한 탕수육 소스를 끼얹어 낸다. 일반 탕수육과 달리 생선 특유의 담백함과 소스의 달콤함이 어우러져 아이들도 좋아하는 메뉴다. 튀김옷은 얇고 바삭하며, 속 살은 촉촉하고 부드러워 식감의 대비가 즐겁다.

세 번째 메뉴인 삼치 조림은 전통적인 한국식 조림 방식으로 조리된다. 삼치 토막을 무와 함께 넣고 고추장 양념으로 자작하게 조려낸 이 요리는 매콤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다. 삼치의 기름기가 양념과 어우러져 밥도둑이라 불릴 만하다. 조림 국물에 밥을 비벼 먹으면 한 그릇을 뚝딱 비우게 된다.

이 세 가지 메뉴 외에도 삼치뼈와 머리로 끓인 매운탕이 기본으로 제공돼, 삼치의 모든 부위를 활용한 풀코스를 즐길 수 있다. 서울식당 사장은 “한 마리의 삼치로 회, 튀김, 조림, 탕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특히 만족해한다”며 “삼치의 다양한 조리법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우리 식당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고흥군 나로도항 인근에는 삼치회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이 모여 있어 ‘삼치회 거리’를 형성하고 있다. 나로우주센터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함께 들러 미식을 즐기는 명소로 자리잡았다. 삼치회 거리의 원조격인 순천횟집을 비롯해, 모둠회와 매운탕으로 유명한 다도해회관, 앞서 소개한 서울식당 등 각기 특색 있는 맛집들이 즐비하다.

대부분의 식당은 아침 일찍 나로도항 위판장에서 직접 삼치를 구입해 오기 때문에 신선도가 보장된다. 주인장들은 오랜 경험으로 눈으로만 봐도 좋은 삼치를 골라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 삼치의 눈이 맑고, 몸통이 단단하며, 은빛 광택이 살아있는 것을 최상품으로 친다.

식당마다 기본 상차림은 비슷하지만, 양념이나 밑반찬, 매운탕 국물 맛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어 여러 곳을 방문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가격은 대체로 1인당 2만~3만원 선으로 형성돼 있으며, 푸짐한 양과 다양한 밑반찬을 고려하면 합리적이라는 평가다.

직접 고흥을 방문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온라인 구매 방법도 활성화되어 있다. 고흥몰 등 지역 특산물 쇼핑몰에서는 손질된 삼치 필렛을 산지 직송으로 판매한다. 냉동 상태로 배송되며, 해동 후 직접 회를 뜰 수도 있고, 구이나 조림으로 조리할 수도 있다.

집에서 삼치회를 즐길 때는 해동 방법이 중요하다. 급속 해동보다는 냉장실에서 천천히 해동하는 것이 육질을 최대한 살릴 수 있다. 회를 뜰 때는 살결의 결을 따라 두툼하게 써는 것이 좋으며, 칼을 한 번에 당기듯 잘라야 단면이 깨끗하고 맛도 좋다.

수협 관계자는 “최근 온라인 주문이 크게 늘어 겨울철 고흥 삼치의 인기를 실감한다”며 “단, 온라인 구매 시에는 반드시 냉동 상태 확인과 함께 원산지 표시를 꼼꼼히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고흥 삼치회는 단순한 음식을 넘어 이 지역의 청정 자연과 어민들의 정성, 오랜 식문화가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나로우주센터와 함께 고흥을 대표하는 관광 콘텐츠로 자리잡은 삼치회는, 매년 겨울이 되면 이곳을 찾는 미식 여행객들에게 잊지 못할 맛의 추억을 선사한다.

겨울 바다의 차가운 기운을 머금고 살이 오른 고흥 삼치, 부드럽게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그 맛은 추운 계절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특별한 경험이다. 올 겨울, 고흥 나로도항을 찾아 은빛 칼날 위의 풍미를 직접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rainbow@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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