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런던=고서현 통신원·김용일 기자] “여러분이 저를 잊지 않기를 바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의 ‘리빙 레전드’로 친정팀 팬 앞에 선 손흥민(33·LAFC)은 감격에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손흥민은 1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과 슬라비아 프라하(체코)의 2025-2026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리그 페이즈 6차전 킥오프를 앞두고 팬 앞에 섰다.

지난 8월 국내에서 열린 토트넘의 프리시즌 투어 기간 퇴단을 발표하고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로 무대를 옮긴 그는 지속해서 런던을 방문해 친정팀 팬과 정식 이별 인사를 바랐다. 마침내 6개월여 만에 런던에 돌아왔다.

토트넘도 반긴 일이다. 손흥민은 명실공히 구단 리빙 레전드다. 2015년 여름 독일 바이엘 레버쿠젠에서 토트넘을 이적한 그는 지난시즌까지 톱클래스 공격수로 활약했다. 통산 454경기에서 173골101도움을 기록했다. 토트넘 역대 최다 출전 5위, 최다골 4위, 최다 도움 1위다. 그사이 유럽 빅리그 아시아 선수 최다골, 최초 프리미어리그 100골과 득점왕(2021~2022시즌) 등 수많은 족적을 남겼다. 그리고 2023~2024시즌부터 주장 완장을 찼으며 지난 5월 UEFA 유로파리그 우승을 달성, 토트넘에 17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손흥민 클럽 커리어 첫 우승이기도 했다.

토트넘 구단은 ‘손흥민은 슬라비아전 킥오프 시간인 (현지시간으로 9일) 오후 8시 정각 선수단 입장에 앞서 그라운드를 밟을 예정’이라며 ‘10년간 마음속에 품고 소중히 여긴 팬에게 직접 연설할 기회를 얻는다. 손흥민과 팬 모두 감동적인 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구단은 팬과 협력해 토트넘 하이 로드에 손흥민 벽화를 제작할 예정이다. 작업은 손흥민이 방문하는 9일 끝난다. 벽화를 통해 손흥민이 북런던 지역에 남긴 업적을 다시 한번 기념한다’고 했다. 벽화 디자인은 손흥민이 직접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팀의 리빙 레전드인 레들리 킹과 해리 케인의 벽화를 제작한 적이 있는 예술 전문그룹 머월스(Murwalls)가 맡았다.

스포츠서울은 하이로드에 있는 손흥민 벽화 역시 확인했다. 시그니처 골 뒤풀이인 ‘찰칵’과 더불어 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모습이 담겼다. 경기에 앞서 자기 벽화가 새겨진 건물을 방문한 그는 “특별한 기분이다. 벽화의 주인공이 돼 감사하다”며 “좋은 선수 뿐 아니라 좋은 사람으로도 남고 싶다. 잊을 수 없는 10년을 팬과 함께 보내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토트넘홋스퍼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팬 앞에 섰다. 회색 코트에 검은색 머플러를 착용한 그를 향해 팬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마이크를 잡은 손흥민은 “쏘니(손흥민)가 여기에 왔다”며 “여러분들이 저를 잊지 않기를 바랐다. 엄청난 10년의 세월이었다.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언제나 토트넘의 일원이 되고 싶다. 항상 여러분과 함께하겠다”며 “토트넘홋스퍼 스타디움은 언제나 집과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별 인사 이후 리빙레전드 수비수 킹이 그라운드로 나와 토트넘의 상징인 수탉 모양 트로피를 전달했다. “쏘니”를 환호하는 팬 앞에서 손흥민은 뭉클한 마음도 보였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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