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들의 행복을 시스템으로 구축한 진정성 있는 ESG 실천
“행복경영은 ESG 이전부터 SK의 출발점이었습니다”

ESG 경영이 화두가 된 지 오래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지표 중심의 형식적 실천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SK디스커버리는 ESG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행복경영이라는 명확한 철학을 바탕으로 일관된 활동을 전개해왔다. 재단법인 지관(舊 플라톤 아카데미) 운영, KAIST 명상과학연구소 설립 지원,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와의 협업 등은 모두 사람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형식이 아닌 본질에 집중해온 SK디스커버리의 ESG 철학을 확인하기 위해 이용석 위원장을 만났다.
■ 행복경영, 기업의 존재 이유를 묻는 질문에서 시작하다
“최태원 회장께서는 6~7년 전부터 경제적 가치(EV)와 사회적 가치(SV)가 동일선상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단기 실적에 따라 바뀌는 구호가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왜 우리는 존재하는가부터 다시 질문한 결과였습니다.”
이용석 위원장은 SK의 행복경영이 단순한 복지나 이미지 전략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기업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구성원이 행복해야 하고, 구성원의 행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업도 오래갈 수 없다는 것이 최태원 회장의 명확한 철학이라는 것이다.
“행복경영을 최종 목표로 설정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가 왜 사는가, 왜 일하는가라는 근본 질문에 지속가능성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구성원의 행복과 기업의 지속성은 별개가 아닙니다.”
■ 생태계를 망치는 이익이라면 하지 않겠다
ESG가 형식화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이 위원장은 SK디스커버리의 차별점을 명확히 제시했다.
“최창원 부회장께서는 생태계를 망치면서 이익을 추구한다면 개인으로서도 행복할 리 없다며 건강한 생태계와 구성원의 행복이 동반된 성장이 없다면, 설령 이익이 발생하더라도 그 사업은 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왔습니다.”
SK는 ESG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사회적 가치(SV)를 중심에 두고 경영해왔다. 사람들이 용어 때문에 혼란스러워하자 ESG로 이름을 통일했을 뿐, 근본은 행복경영 → SV → EV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구성원의 행복과 생태계의 지속성을 기준으로 사업을 판단합니다. 그래서 ESG가 유행처럼 번질 때에도 흔들리지 않고 같은 방향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 조용히 실천해온 진정성 있는 ESG
SK디스커버리의 ESG 활동은 홍보보다 실질에 집중해왔다. 재단법인 지관, KAIST 명상과학연구소, 서울대 행복연구센터, 서강대 희망연구소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지만 의도적으로 조용히 이어온 이유가 있다.
“외부에 먼저 이야기하면 실질보다 형식이 앞설까 우려했습니다. 이 모든 활동의 핵심은 사람이 스스로 삶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습니다. 인문학을 넘어 사람들의 삶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고자 했죠.”
그러나 최근에는 구성원들조차 SK디스커버리가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이제는 내부 구성원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하며 같은 철학을 나누고 있다고 밝혔다.
■ 데이터로 관리하는 구성원의 행복
SK디스커버리는 행복경영을 추상적 구호가 아닌 구체적 시스템으로 구축해왔다.
“SK디스커버리를 포함한 5개 계열사가 HR 기업문화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프로젝트를 5년째 진행하고 있습니다. 리더십 기업문화를 바꾸는 건 오래 걸리거든요. 3년 전부터는 최인철 교수의 굿라이프랩과 협력해 행복 서베이, 리더십 서베이, 번아웃 지수, 구성원 의식조사 등을 체계적으로 시행 중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CEO들이 직접 워크숍에서 결과를 검토하며 방향성과 과제를 설정한다는 것이다. 구성원의 번아웃이 높을 때 어떤 개입이 필요한지, 리더십이 팀워크와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데이터로 확인되면서 리더십 강화 프로그램도 확대하고 있다.
“분석 결과 구성원의 번아웃은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고, 리더십이 구성원의 행복, 성과, 팀워크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강하다는 데이터도 확인되었습니다. 단, 개인 정보는 인사부서에서 보유하지 않으며, 구성원의 동의 여부에 따라 회사의 개입 없이 개인이 직접 전문기관과 연결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구성원의 프라이버시와 존엄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 세대 갈등은 감정 운영 방식의 차이일 뿐
MZ세대와의 소통을 어려워하는 많은 리더들과 달리, 이 위원장은 세대 차이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
“본질적으로 인간은 다 똑같습니다. 다만 표현 방식이 시대에 따라 달라진 것뿐이죠. MZ세대는 감정을 표현하도록 교육받았고, 우리는 감정을 숨기도록 배웠습니다. 그저 시공간에 따라 문화적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표현하고 받아들일까의 차이일 뿐입니다.”
열정이 없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제시했다.
“열정이라는 건 자기가 좋아하는 것과 해야 하는 것이 만났을 때 누구나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그런데 오너십이 없는 걸 무조건적으로 시키니까 굳이 안 하려는 거겠죠. MZ세대의 문제라기보다 오너십을 주지 않는 구조의 문제일 때가 많습니다.”
■ 신뢰의 출발점은 감정 교류
리더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위원장은 신뢰라고 단언하며, 신뢰 구축의 구체적 방법을 제시했다.
“회의 시작 전에 요즘 내 기분을 먼저 이야기해보세요. 그리고 구성원들에게도 감정을 말하게 하면 됩니다. 신뢰는 감정이 교류될 때 생깁니다.”
감정 교류 없이 논리만 부딪히면 정보와 관점의 차이 때문에 협력이 어렵지만, 감정을 공유하고 나면 상대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고 소통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것이다.
“리더십 시니어 본부장들을 코치할 때 협력이 안 되고 설득이 잘 안 된다고 하면 이렇게 조언합니다. 하루 종일 지금 내 기분이 어떤지 감정 정서가 어떻게 바뀌는지 들여다보고, 가서 본부장한테 일 이야기는 절대 하지 말고 지금 기분이 어떠세요?라고 대화를 해보라고 해요. 감정 교류가 선행되어야 진정한 협업이 가능합니다.”
■ 웰니스 ESG, 삶을 바꾸는 관점으로 가야 한다
SK디스커버리의 인재상은 날마다 성장하는 우리, 따뜻한 프로페셔널이다. 프로페셔널을 강조하지만 영어로 케어링(Caring)이 없으면 차갑기만 하다는 철학이다.
“케어링이란 상호배려하고 팀워크로 일할 수 있는 사람으로, 목표 의식이 명확하면서 아무리 일을 잘해도 남과 함께하지 못하면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이용석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소명을 이렇게 밝혔다.
“나 스스로도 성장해야겠지만, 사람들을 도와야겠다는 소명이 나날이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한 번에 이루어지는 건 아니니까 날마다 조금씩 성장하면 됩니다. 예전에는 아내가 시켜야 세탁기에서 건조기로 옮겼다면, 지난번엔 시키지 않아도 올리는 저를 보면서 아, 내가 성장하고 있구나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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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디스커버리가 보여주는 행보는 웰니스 ESG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가장 실질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구성원을 성과 생산자가 아닌 날마다 성장하는 따뜻한 프로페셔널로 바라보는 관점, 행복을 경영의 결과가 아닌 출발점으로 설정한 철학, 그리고 이를 데이터와 시스템으로 구축해온 실천력. SK디스커버리의 ESG는 형식이 아닌 본질, 구호가 아닌 진정성으로 증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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