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배우 김히어라가 다시 대중 앞에 섰다. 학교 폭력 가해 논란 이후 2년 만이다. 해명의 기회는 있었지만 어쩐지 침묵하고 싶었다. 대신 그 시간을 온전히 자신을 위해 보냈다.

김히어라는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나 영화 ‘구원자’ 인터뷰를 갖고 “떨리고 불안하고, 두렵다. 동시에 설렌다”고 복귀 소감을 밝혔다.

‘구원자’는 축복의 땅으로 불리는 오복리로 이사 온 영범(김병철 분)과 선희(송지효 분)에게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 뒤, 모든 것이 누군가 받은 불행의 대가임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오컬트 영화다. 오는 11월 5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김히어라는 ‘구원자’로 첫 상업 영화 데뷔에 나섰다. 휘몰아쳤던 학폭 논란 이후 복귀작인데 심지어 첫 도전이다. 여러모로 많은 의미가 담긴 순간이다. 김히어라는 “흥행에 대해 생각할 겨를은 없다. 일단 제가 해가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여유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김히어라는 독보적인 얼굴을 지닌 배우다. 하얀 얼굴에 밝은 갈색 눈동자를 빤히 보고 있으면 어딘가 홀리는 느낌이 든다. 묘한 매력 덕분에 평소에도 오컬트 장르에 ‘찰떡’이라는 평을 받아왔다. ‘구원자’를 만난 건 운명이다.

김히어라는 “오컬트에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특히 제가 맡은 춘서는 영화에 에너지를 주는 역할이다. 많은 걸 시도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히어라가 연기한 춘서는 영범, 선희 부부의 기적과 대척점에 놓인 인물이다. 아들과 힘들게 살아가지만 어째 형편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애타게 다음 기적을 바라는 인물이다.

“안 할 이유가 없었어요”라는 김히어라의 말처럼 춘서는 작품에서 가장 강렬한 에너지를 지녔다. 기적밖에 바랄 수 없는 처절한 인물의 이야기는 배우로서 욕심이 날 법하다. “당시 제 상황과 제 마음가짐을 생각했을 때 무조건 해야 한다 싶었죠.

극한에 몰린 인물을 연기함에 있어서 지난 시간은 밑거름이 됐다. 김히어라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던 순간, 중학교 재학 시절 학폭 가해 의혹에 휩싸이며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뚜렷한 증거도, 확실한 해명도 없었다. 모호한 과거 행적 속에 김히어라는 책임을 통감하며 자숙에 들어갔다. 무작정 보증금을 빼 미국으로 향했다. 새로운 세계를 탐구하며 자신을 다잡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미 일어난 일들에 대해 아쉬워하다 보면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다고 생각했어요. 더 나아지기 위해서 성찰도 하고, 미국에서 여러 도전도 해봤죠. 비단 배우로서 잘되려고 하기보단 인간 김히어라로서 깊고 귀한 시간을 보냈어요. ‘구원자’에도 나오지만 제가 어느 순간 사고를 당할 수도 있잖아요. 그냥 지금 제가 걸어 다니고, 건강하게 사는 것조차 기적일 수 있음을 알게 된 거죠.”

첫 전성기 직후 맞이한 공백기였다. 김히어라에게 있어 ‘괜찮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필요한’ 시간이었다.

김히어라는 “초조함과 불안함은 당연히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절실해지는 것 같다”며 “제가 감수하고, 감당해야 할 것들이 있다. 더 성장하려는 것으로 생각하고 (논란에 대해) 해명하고 싶진 않았다. 어쨌든 지금은 (폭로자와) 잘 풀었고, 서로 응원하고 있다. 각자의 삶을 응원하면서 어른스럽게 살아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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