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킬러’라는 소재가 가진 무게감이 가볍다. 킬링 타임용으로 풀어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사마귀’가 영 방향성을 못 잡는다.
넷플릭스 ‘길복순’의 스핀오프 ‘사마귀’가 지난 26일 공개됐다. 모든 룰이 무너진 살인 청부업계에 휴가 후 컴백한 A급 킬러 사마귀 한울(임시완 분)과 그의 동기 겸 라이벌 재이(박규영 분), 그리고 은퇴한 레전드 킬러 독고(조우진 분)가 1인자 자리를 놓고 대결하는 액션 영화다.

‘사마귀’는 ‘길복순’과 세계관을 공유한다. 길복순(전도연 분)이 차민규(설경구 분)를 죽이고 떠난 뒤 MK Ent가 세운 살인 청부업자들의 규칙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인기 킬러인 사마귀는 다양한 회사에서 러브콜을 받지만, 반면 애매한 킬러 등급의 재이는 환영받지 못한다. 독고 역시 이 틈을 타 다시 업계로 돌아와 재기를 꿈꾼다.
그런 재이를 눈여겨본 것은 액션 게임 회사 대표이자 투자자 벤자민 조(최현욱 분)다. 벤자민 조는 재이를 필두로 새로운 회사를 세운다. 과연 무법의 킬러 시대에서 1인자를 차지할 이는 누구일까.

정통 액션 누아르를 기대하고 ‘사마귀’를 봤다가는 “아차!” 싶다. 초반부 쌍둥이 킬러(양동근 분)와 맞붙는 사마귀의 첫 등장신부터 묵직한 누아르보다는 킬링 타임용 액션신이라는 인상이 강해진다. 이들이 보여주는 와이어 액션신이 전문 킬러의 몸놀림보다는 어설픈 곡예에 가깝기 때문이다.
‘사마귀’라는 닉네임을 가진 한울의 액션은 양손에 낫을 들고 중국 전통 무술 ‘당랑권’을 연상케 한다. 그래서 제목도, 한울의 타이틀도 ‘사마귀’다. 참으로 직관적이고, 동시에 납작하다.
역시 그뿐이다. 작품 속 사마귀에게는 깊은 고뇌가 없다. MK Ent가 무너진 후 벌어지는 사건들이 주 내용이지만 사마귀의 신경은 온통 짝사랑 상대인 재이에게 쏠려있다. 동시에 ‘A급 킬러’라는 설정에도 불구하고 의뢰 상대에 연민을 느끼는 사마귀의 선택은 이해하기 힘들다. 인물이 지닌 근본적인 정체성만 애매해진다.
재이와의 ‘케미’도 부족하다.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사마귀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재이의 무게감은 사마귀가 가진 천진난만함과 섞이지 않는다. 사마귀와 재이의 러브라인은 선명하지도 않다. 액션도, 러브라인도 애매하니 장르가 흐려진다. 작품이 가벼워질 수밖에 없다.
액션도 전반부와 후반부 톤이 달라진다. 사마귀의 첫 등장 액션신은 묵직함보다는 코미디의 인상이 강하다. 이어 독고와 맞붙는 장면은 살벌하고, 후반부 1:1:1 액션신은 무겁다.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골라보는 액션 재미가 있겠지만 전체적인 조화를 고려했을 땐 불협화음이다. sjay0928@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