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KBS2 토일드라마 ‘트웰브’는 ‘한국형 히어로물’이라는 거대한 기획과 마동석의 10년 만의 드라마 복귀라는 화제성을 안고 출발했다.
방대한 제작비 220억 원대, OTT·지상파 동시 방영이라는 파격적 시도까지 겹치며 주목을 받았으나, 최종 시청률 2.4%라는 초라한 성적표와 각종 잡음 속에서 막을 내렸다.
초반 기대를 무너뜨린 건 액션과 CG였다. ‘마동석표 액션’은 여전히 묵직했지만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수없이 반복된 장면들이 브라운관으로 옮겨온 듯했다.
시청자들은 “역시 믿고 보는 액션”이라는 환호와 동시에 “또 같은 장면을 본다”는 지적을 함께 내놨다. 제작발표회 당시 마동석이 강조했던 판타지적 설정, 즉 ‘호랑이 천사의 힘을 활용한 새로운 액션’은 드라마 후반부까지도 뚜렷하게 차별화되지 못했다.
CG 역시 약점으로 꼽혔다. 악역 오귀(박형식)의 부활 장면은 긴장감을 주기보다 어색한 몰입을 남겼다. 검은 연기가 퍼지고 천 년의 봉인이 풀리는 장면은 원래라면 압도적이어야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방대한 제작비가 무색할 정도로 완성도가 떨어졌다는 평을 피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화려한 기획 의도와 화면 속 구현 사이의 간극이 시청자의 눈을 벗어나지 못했다.

서사 역시 힘을 잃었다. ‘12지신’을 모티프로 한 세계관은 분명 참신하게 출발했지만, 갈등 구조는 단선적이고 전개는 아쉬웠다. 인물들의 관계는 예측 가능했다. 긴장감을 쌓아 올리기보다 평면적으로 흘러갔다. 화려한 기획에 비해 완성도가 뒷받침되지 못한 것이다.
결국 몰입도는 떨어졌다. 시청자들의 이탈은 빠르게 진행됐다. 첫 회 8.1%로 출발했던 시청률은 곧바로 5%대, 이후 3%대로 하락해 최종적으로 2%대 초반에 머물렀다.
여기에 출연료 논란까지 더해졌다. 마동석이 회당 5억 원, 박형식이 4억 원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오며 제작비의 30%가 출연료로 소모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소속사 측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대중은 작품보다 숫자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결과적으로 출연료 논란은 작품에 대한 평가를 더욱 냉정하게 만드는 방아쇠가 됐다.
‘트웰브’는 한국 드라마 산업이 지상파와 OTT를 동시에 겨냥한 첫 번째 실험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실험을 뒷받침할 콘텐츠의 힘이 부족했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마동석의 복귀, 박형식의 존재감, 한국형 히어로물이라는 기획 카드 모두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오히려 화려한 외피와 허술한 내실의 대비만 노출했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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