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배우 이보영이 MBC 드라마국에 13년 만에 돌아왔다. 조력 사망을 다룬 작품이다.

31일 서울 마포구 상암 MBC에서 열린 새 금토드라마 ‘메리 킬즈 피플’ 제작발표회에서 이보영은 “‘조력 사망’이 재미있을 순 없는 소재이지만, 한 번쯤 이런 이야기를 꺼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서 작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메리 킬즈 피플’은 치료 불가능한 환자들의 조력 사망을 돕는 의사와 이들을 추적하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서스펜스 드라마다. 동명의 캐나다 드라마가 원작이다.

이보영은 베테랑 응급의학과 의사 우소정 역이다. 프로페셔널한 모습 뒤에는 치료 불가한 희귀병에 걸린 어머니의 조력 사망을 자신도 모르게 도왔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숨겨져 있다.

이보영은 “제 캐릭터를 절대적인 선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사람들을 구원하고 아픈 고통을 끝내주는 선한 캐릭터라고 생각했다”며 “보시는 분들에 따라서는 ‘불법 아니냐’ ‘옳지 않다’ ‘왜 사람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끝내냐’고 할 수 있어서 논란이 될 수도 있지만, 저만큼은 선한 역이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조력 사망은 환자가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생명을 마감하는 행위를 뜻한다. 제작진은 기획 의도를 통해 “조력 사망은 유타나시아(Euthanasia)라고 하는데 ‘좋다’를 뜻하는 그리스어 ‘eu’와 사후의 세계를 다스리는 ‘죽음의 신’을 가리키는 그리스어 ‘thanatos’에서 유래한 말”이라며 “조력 사망이란 좋고 편안한 죽음을 말한다. 평온한 죽음은 그만큼 인류의 오랜 염원에 가깝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조력 사망을 두고 윤리적 논란이 정리되지 않은 시점이라 ‘메리 킬즈 피플’이 어떤 메시지를 담을지가 관건이다. 연출 박준우 감독은 “왜 이들이 안락사라는 불법적인 살인을 했을까 하는 것이 핵심 주제”라며 “죽음의 자기결정권은 과연 존중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무렵 처음 대본을 받았다는 이보영은 “당시 해외의 어느 노부부가 함께 조력 사망으로 죽음을 선택했다는 뉴스를 보고 남편과 ‘이런 선택을 하는 것도 행복한 삶이지 않았을까’ 하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보영의 남편은 배우 지성이다.

그러면서도 이보영은 조력 사망에 대해 “‘옳다’ 혹은 ‘그르다’고 제가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어 “그런 선택을 한 삶이 행복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주변 사람들의 마음, 사회적인 시선, 남겨져 있는 자식들에 대한 감정을 생각했을 때 옳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드라마를 둘러싼 대중의 시선이 “걱정도 된다”는 이보영은 “하지만 이러한 주제를 던지고 사람들끼리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보영은 이번 작품으로 MBC 드라마국에 2012년 ‘애정만만세’ 이후 13년 만에 복귀했다. 지상파 드라마로는 2017년 SBS ‘귓속말’ 이후 8년 만이다. 이보영은 “오랜만에 MBC 드라마에 출연하는 만큼 솔직히 결과가 좋았으면 하는 부담감도 있다”며 “오랜만에 불러주셨는데 좋은 결과로 보답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roku@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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