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사직=김동영 기자] “크게 달라졌겠어요?”
롯데 김태형(58) 감독은 낮아진 외야 담장에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마침 펜스를 살짝 넘어가는 홈런이 하나 나왔다. 꽤 반가울 수 있는 부분이다.
롯데는 13일 사직구장에서 2025 KBO리그 시범경기 한화전을 치렀다. 경기는 3-3 무승부로 끝났다. 한화가 먼저 1점을 냈고, 롯데가 4회 뒤집었다. 5회초 한화가 2점 뽑자, 5회말 롯데가 다시 1점이다.
4회말에 눈길이 간다. 2사 후 나승엽이 우중간 안타로 출루했다. 이어 전준우가 류현진을 상대로 좌월 투런포를 쐈다. 몸쪽 시속 145㎞짜리 속구를 잡아당겼다. 비거리 120m짜리 대형 홈런이다.

왼쪽 펜스를 살짝 넘어갔다. 외야 관중석 가장 하단 좌석에 떨어졌다. 비거리만 보면 홈런이 되기 충분했지만, 여차하면 펜스 맞고 떨어질 뻔했다. 2024시즌이라면 진짜 그랬을 수 있다. 2025년이라 다르다. 펜스를 1.2m 낮췄기 때문이다.
전임 단장 시절인 2022년 기본 담장 위에 펜스를 붙여 높이를 높였다. 4.8m에서 6m가 됐다. 타자들에게 ‘통곡의 벽’이었으나 올해는 살짝 좋아졌다. 물론 그만큼 투수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김태형 감독은 “뭐 그리 크게 달라졌겠나. 작년에 펜스 상단 맞으면서 안 넘어간 홈런이 몇 개나 됐을까 싶기는 하다. 심리적인 효과는 있을 것 같다. 거꾸로 투수들도 신경이 쓰일 것이다”고 짚었다.

표본이 자꾸 쌓여야 한다. 그러나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 나왔다는 점은 의미를 둘 만하다. 타자들이 ‘낮아졌구나’라고 느낄 수 있다. 야구는 멘탈 스포츠라 한다. 심리적으로 ‘유리함’을 느낀다면, 실제 성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24시즌 롯데는 팀 홈런 125개로 8위에 자리했다. 사직에서 때린 홈런은 49개다. 밖에서 더 많이 친 셈이다. 2023년은 총 69개로 9위다. 사직에서는 36개 나왔다. 홈구장의 도움을 오롯이 받지는 못한 셈이다.

2025시즌을 앞두고 펜스를 다시 낮추기로 했다. 당연히 투수들은 불만을 표할 수 있다. 그러나 사직 담장은 이미 높다. 9개 구장 통틀어 가장 높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4시즌 팀 타율이 0.285로 2위다. 화력이 아주 약한 팀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홈런이 적다. 펜스 조정이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전준우의 홈런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이제 비거리 120m짜리 2루타가 제법 줄어들 수 있게 됐다. 당연히 롯데도 좋은 일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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