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아 성장 재개를 선언했다.
이마트와 스타벅스를 중심으로 한 ‘초격차’ 전략과 이커머스·건설 부문의 ‘정상화’라는 두 가지 트랙으로 그룹의 도약을 노린다.
과감한 수시 인사와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해 실적 개선과 점포 확장을 동시에 추진하며 ‘완전 정상화 원년’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초격차로 승부, 이마트와 스타벅스
정용진 회장의 성장 전략은 이마트와 스타벅스에서 가장 선명히 드러난다. 이마트는 올해 수도권에만 3개의 신규 매장을 열 예정이며,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를 중심으로 초격차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정 회장은 이마트의 최대 주주로서 지분 10%를 매입하며 책임경영을 강조했다.
이마트의 전략은 단순한 점포 수 확대가 아니다. ‘고객이 일부러 찾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푸드마켓과 몰 타입 전환을 통한 차별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오프라인 매장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온라인 쇼핑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다.
스타벅스 역시 연매출 3조 원을 돌파하며 그룹 내 3대 매출원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도 100곳 이상의 점포를 새로 열고, 스페셜 스토어 확장에 박차를 가한다. 정용진 회장은 “한국의 스타벅스가 아니라, 스타벅스의 한국을 만들겠다”며 초격차 전략을 설파하고 있다.

◇부실 사업 정상화, 이커머스와 건설
정 회장은 취임 후 이커머스와 건설 부문 정상화에 공을 들였다. SSG닷컴은 지난해 첫 연간 EBITDA(순수현금 창출능력) 흑자를 달성하며 물류 경쟁력 강화를 가속화 중이다. CJ대한통운과의 협업을 통해 전국 700여 개의 물류 인프라를 활용, 새벽배송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지마켓은 알리바바와의 조인트 벤처를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만 통과하면, 알리바바의 IT 역량과 지마켓의 상품력이 결합해 강력한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이는 신세계가 격변하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선택한 새로운 도전이다.
신세계건설 역시 2월 상장 폐지를 통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중장기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있다. 정 회장은 취임 직후 허병훈 부사장을 건설 신임 대표로 임명하며 정상화 의지를 보였다. 이는 단순한 부실 정리가 아닌, 효율적인 경영 체계 구축을 위한 포석이다.
◇리스크와 과제, 부채와 수익성
정 회장의 전략에는 몇 가지 리스크와 과제도 존재한다. 우선 공격적 확장 전략은 부채 리스크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커머스 부문의 흑자 전환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SSG닷컴이 CJ대한통운과 협력 중이지만, 고비용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부채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점포 확장에 따른 수익성 유지도 관건이다. 이마트의 신규 점포와 푸드마켓이 기존 점포의 매출을 잠식하지 않도록, 체계적인 리뉴얼과 차별화가 필요하다. 또한, 노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이마트24의 매출 확대 전략이 어느 정도의 효과를 낼지도 미지수다.
스타벅스의 확장 역시 ‘스페셜 스토어’라는 프리미엄 전략이 소비 둔화 국면에서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가 관건이다. 고가의 프리미엄 매장이 과연 대중적인 매출 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지는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기대와 전망, 완전 정상화 원년은 가능할까?
정 회장의 투 트랙 전략은 공격적인 확장과 효율적인 정상화라는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마트와 스타벅스를 중심으로 한 초격차 전략이 성공한다면, 신세계그룹은 기존 경쟁사를 크게 따돌릴 수 있을 것이다.
특히, CJ와의 물류 협력과 알리바바와의 합작법인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이커머스 부문의 수익성 개선과 글로벌 확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신세계가 국내 유통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로 올라서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그러나 부채 리스크와 수익성 확보가 과제로 남아 있다. 트레이더스와 스페셜 스토어를 통한 확장이 대규모 자본을 필요로 하는 만큼, 재무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 또한, 이커머스 부문의 흑자 전환이 지연될 경우, 전체 그룹의 성장 전략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정용진의 ‘완전 정상화 원년’이 단순한 구호가 아닌 실현 가능한 목표가 되기 위해서는, 수익성 개선과 부채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 초격차 전략이 성공할지, 부채 리스크가 발목을 잡을지는 향후 1~2년이 매우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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