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인상적인 선발 데뷔전이었다.

KB손해보험은 지난시즌부터 아시아쿼터로 재미를 보지 못한 대표적인 팀이다. 지난시즌 리우훙민(대만)은 공격력이 부족해 수비형으로 쓰는 데 국한됐고, 이번시즌 합류한 스테이플즈(호주)는 전체적인 기량 면에서 국내 선수에 미치지 못했다.

KB손해보험이 새로 데려온 아시아쿼터 야쿱(바레인)에게서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야쿱은 지난 16일 OK저축은행전에서 V리그 데뷔전을 치른 데 이어 19일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서는 처음으로 선발 출전했다.

본격적으로 경기에 나선 야쿱의 기량은 기대 이상이었다. 블로킹 높이가 좋은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48.78%의 준수한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며 아포짓 스파이커 비예나와 같은 20득점을 기록했다. 공격효율도 41.46%로 높았다. 리시브효율도 35%로 나쁘지 않았다. 1~4세트를 소화하면서도 범실은 5회로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 공을 다루는 능력이 돋보였다. 상대 블로킹을 보고 이용하는 영리한 공격으로 많은 점수를 냈다. 뛰어난 탄력을 이용한 스파이크도 강했지만, 공간을 보고 가볍게 밀어 쳐 득점하는 장면도 자주 나왔다. 다양한 패턴의 공격으로 현대캐피탈을 괴롭히는 모습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수비, 연결 등 아웃사이드 히터로서 해야 할 여러 임무를 무리 없이 해냈다. 팀 전력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된 경기였다.

야쿱은 지난 트라이아웃에서 선택받지 못한 선수다. 신장이 가장 문제였다. 등록된 키는 187㎝인데 실제로는 그보다 작아 보인다. ‘사이즈’가 중요한 V리그 무대에서 선택받기엔 아쉬움이 남는 조건이었다.

막상 선발 데뷔전을 치러보니 야쿱은 단점보다 장점이 많은 선수인 것으로 보인다. 더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만 단신의 한계를 깰 만한 기술과 기본기를 장착하고 있다.

야쿱이 이 정도의 경기력을 꾸준히 발휘한다면 KB손해보험은 아웃사이드 히터 라인을 더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 나경복, 황경민과 함께 야쿱까지 상황에 따라 세 명을 다채롭게 가동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KB손해보험은 1~2라운드 부진 후 3라운드부터 경기력이 살아나 현재 3위까지 도약한 상태다. 승점 33점으로 2위 대한항공(43점)에 10점 뒤지지만 아직 추격을 포기할 만한 시점은 아니다. ‘깜짝 카드’ 야쿱은 후반기 순위 싸움의 키플레이어가 될 만하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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