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비즈니스 세계는 냉정하다. 피도 눈물도 없다. 특히 스포츠 세계는 더 그렇다. 매일 펼쳐지는 치열한 승부로 순위가 갈린다. 승승장구하면 후원기업도 늘어나지만, 순위가 하락하면 곳간도 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가 스포츠 비즈니스 세계의 냉정함을 대변하는 행보로 눈길을 끈다. 세계적인 축구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후원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는 과거 박지성 JS파운데이션 이사장이 몸담아 국내 축구팬에게는 ‘국민구단’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0회 우승에 빛나는 ‘전통의 명가’로 꼽힌다.

아디다스는 2023년 7월 맨유와 10년간 총액 9억파운드(약 1조6544억원)에 재계약했다. 연평균 9000만파운드를 들여 맨유와 손잡은 셈이다. 맨유 입장에서도 아디다스가 ‘최고의 돈줄’인 셈이다.

천문학적인 돈을 그냥 쓰는 기업은 없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2일(한국시간) “아디다스는 맨유가 EPL에서 강등돼 2부리그로 떨어지면 10년간 9억파운드 용품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세계 3대 프로축구리그로 꼽히는 EPL에서도 최고 명문 클럽 중 하나로 꼽히는 팀이어서 천문학적인 후원금을 안겨주는 것이므로, 구단 가치가 하락하면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의미다.

매체는 “맨유가 2부로 추락하면 매년 지급 액수를 4500만파운드(약832억원)으로 축소할 수 있는 조항도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에 실패해도 아디다스에 1000만파운드(약 185억원)를 토해내야 하는 조항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글로벌 기업간 계약에서 갑(甲)은 맨유가 아닌 아디다스라는 의미다.

경우에 따라 50% 삭감이 아닌 계약 전체를 파기할 수도 있는 계약이어서, 맨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럴 만하다. 맨유는 2일 현재 EPL 19라운드를 치른 시점에서 6승(4무9패)을 따내는 데 그쳤다. 승점 22로 14위에 머물러 있다. 강등권 마지노선인 18위 입스위치타운과 승점 차는 7에 불과하다.

지난해 11월 에릭 텐하흐 감독을 경질하고 포르투갈 스포르팅 CP를 이끈 후벵 아모링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지만, 여전히 답답한 경기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4연속경기 무패(2승2무) 행진으로 반등하는 듯했지만, 이후 6경기에서 1승(5패)을 추가하는 데 그쳐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급기야 맨유는 최전방 공격수 조슈아 지르크제이를 내보내고 아모링 감독과 호흡을 맞춘 스포르팅의 빅터 요케레스를 데려오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 4000만유로나 투자해 데려온 지르크제이는 이번시즌 19경기에서 단 세 골을 넣는데 그치는 등 최악의 경기력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스트라이커 교체로 분위기 반등을 이루지 못하면, 자칫 구단 재정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으로 내몰릴 판이다.

맨유는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EPL에서의 부진은 사업은 물론 재정 상태와 현금 흐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진출하지 못하면 상품, 중계권, 입장권 판매 수입도 크게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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