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춘천=김용일 기자] “부끄럽지만 내 별명이 승리 요정이다.”

김진태(60) 강원도지사는 도정 핵심 현안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구단주로 지내는 K리그1 강원FC 홈경기는 최대한 빠짐없이 챙기고 있다. 해외 출장 기간을 제외하고 올 시즌 강원이 치른 홈 18경기 중 16경기를 ‘직관’했다. 그가 현장에서 본 경기에서 강원은 10승4무2패 호성적을 거뒀다. 구단주의 커다란 관심 속에 강원은 지난해 힘겨운 1부 잔류 싸움을 뒤로 하고 올 시즌 우승 경쟁 팀으로 환골탈태했다.

울산HD가 지난 1일 조기 우승을 확정하면서 시도민구단 사상 첫 챔피언 등극엔 실패했지만 이미 ‘강원 동화’는 완성됐다. ‘빅네임’은 없지만 윤정환 감독을 중심으로 선수단이 똘똘 뭉쳐 매력적인 공격 축구(리그 최다 61골)를 뽐냈고 ‘18세 양민혁 신화’까지 만들어냈다. 리그 잔여 2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승점 61(18승7무11패)로 2위를 마크 중이다. 강원 역사상 역대 최고 성적은 물론, 차기 시즌 아시아 무대까지 바라보고 있다.

최근 강원도 춘천에 있는 강원도청에서 만난 김 지사는 “올해 우리 축구를 보면서 ‘공격이 최고의 수비’라는 진리를 새삼 느낀다. 윤 감독에게도 ‘화끈하게 하자’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런 퍼포먼스를 보여줘서 놀랍고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올 시즌 강원의 공격을 이끈 ‘영건’ 양민혁 얘기가 나오자 벅찬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요즘 골치 아픈 일이 생겼다”고 입을 연 김 지사는 “전국에 있는 다수 지인이 양민혁이 사인한 공, 유니폼을 구해달라고 부탁한다. 나도 구하기 힘들다고 거절하는 게 어찌나 힘든지…”라며 웃었다.

양민혁은 18세 나이에 K리그1에 데뷔, 올 시즌 전 경기(36경기)를 뛰며 11골 6도움을 기록 중이다. 지난 여름엔 토트넘(잉글랜드)과 계약, 빅리거 꿈까지 이루면서 내년 런던행 비행기 탑승을 앞두고 있다. 김 지사는 “요즘 강원이 수영 종목을 잘해서 전국 유망주가 강원체고에 오려고 한다더라”며 “축구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유스팀인 강릉제일고 소속의 양민혁이 1군에서 활약하고 빅리그로 직행했다. 이적료만 무려 60억 원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우수 유망주를 키우고 지원을 강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 제2, 제3의 양민혁을 꼭 배출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 출신 유소년 선수의 프로 등용은 구단의 중장기 플랜이자 철학”이라며 “지역 유스 출신 선수 비율 늘려서 강원 축구 저변을 확대하겠다”고 다짐했다.

서포터 나르샤를 비롯해 축구단을 응원해준 도민에게도 감사해했다. 강원은 지난해 홈 19경기 총 관중이 12만2772명이다. 올 시즌엔 현재까지 치른 18경기에서만 16만2503명이 입장했다. 평균 관중이 9028명으로 지난해(6462명)보다 2500명 이상 증가했다. 김 지사는 “올 시즌 좋은 성적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잘 하거나 못 하거나 끊임없이 성원해준 팬이 있다”며 “강원FC의 경기 결과로 일주일 기분이 좌우된다는 말도 들었다. 커다란 애정을 느낀다. 만원 관중은 이제 꿈 아닌 현실”이라고 기뻐했다.

끝으로 김 지사는 시도민구단의 아킬레스건과 같은 ‘정책의 연속성’ 문제와 관련해 “(누가 구단주를 해도) 지속가능한 수익구조와 좋은 문화를 이어가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 또 강원은 춘천과 강릉으로 나뉘어 홈경기가 열린다. 정확한 룰 속에서 더 많은 도민이 축구를 접하고 진정으로 기뻐할 수 있게 이끌겠다. 응원해달라”고 목소리를 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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