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스카우트팀과 상의했다. 이영빈 만한 야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7월말이었다. LG는 29년의 한을 풀기 위해 키움과 손을 잡았다. 키움으로부터 선발 투수 최원태를 받고 키움에 이주형과 김동규, 그리고 2024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넘겼다. 그야말로 미래를 주고 현재를 얻는 트레이드였다.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당연히 트레이드에 앞서 가치 판단부터 들어갔다. 키움이 강력히 원했던 선수가 이주형이었기에 이주형을 제외해서는 트레이드가 성사될 수 없었다. 최원태를 얻기 위해 이주형을 내주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관건은 1라운드 지명권의 가치였다. LG의 지명권은 전체 8순위였다. 트레이드에 앞서 8순위로 뽑을 수 있는 선수를 자세히 살폈다. 그런데 야수를 지명할 경우 당시 상무에서 군 복무 중인 이영빈보다 나은 선수가 없다고 판단했다.
차명석 단장은 “스카우트팀과 상의했다. 만일 우리가 전체 8순위로 야수를 뽑는다면, 이영빈 만한 야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1라운드에서 야수를 뽑아도 이영빈과 역할이 겹치는 내야수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렇게 KBO리그 최초의 1라운드 지명권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염경엽 감독도 트레이드 후 이영빈의 존재를 강조했다. 당시 염 감독은 지난해 7월 29일 트레이드를 확정지은 후 “이주형의 잠재력은 알고 있다. 기량도 좋고 성실한 선수다. 다만 우리 팀에서는 당장 큰 역할을 줄 수 없었다”며 “내년에 돌아오는 이영빈도 생각했다. 둘 다 좌타자고, 타자로서 비슷한 부분이 많다. 미래에는 둘이 겹칠 수 있다고 봤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럴 만했다. 시계를 2023년 7월로 돌리면 1군에서 보여준 건 이영빈이 이주형보다 많았다. 프로 입단 첫해부터 이영빈은 빼어난 콘택트 능력을 자랑했다. 고졸 신인이 대타 구실을 할 만큼 타격에서 재능을 보였다.
그 재능이 상무에서 전역한 지금 훨씬 더 강렬하게 펼쳐진다.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한화와 홈 3연전에서 모두 선발 출장한 이영빈은 7일 2안타, 8일 홈런 2개 포함 4안타 5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지난 3일 광주 KIA전에서 비디오 판독을 하지 않아 홈런이 2루타가 됐는데 그 아쉬움을 연타석 홈런으로 씻었다.
8일 경기 후 이영빈은 “옛날부터 잠실구장에서 홈런을 쳐보고 싶었다. 이전 홈런이 다 원정 경기였다. 잠실에서 홈런을 치면 어떨까 늘 상상했다. 군대에 있을 때도 그랬다. 복귀해서 잠실에서 홈런을 치는 장면을 그렸다”며 “드디어 그게 이뤄졌다. 그것도 홈런 2개를 쳤다. 행복하다”고 웃었다.
대단한 퍼포먼스를 보인 만큼 관중의 환호도 뜨거웠다. 홈런 순간은 물론 수비에 임할 때, 그리고 타석에 설 때 이영빈을 외치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이영빈은 “정말 감사했다. 응원해주시는 만큼, 끝까지 경기 잘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사라진 홈런에 대한 아쉬움은 잊었다. 이영빈은 “당시 주변에서도 많이 아쉽다고 했다. 그때마다 더 중요한 순간에 더 멋있게 홈런을 치겠다고 답했다. 그런데 그게 이렇게 일찍 나올 줄을 몰랐다. 일찍 나와서 더 기분이 좋다”고 재차 미소를 지었다.
주위에 고마움도 돌렸다. 이영빈은 “사실 딱 이틀 전에 감독님께서 런지 스윙을 시켜주셨다. 유인구가 와도 런지해서 치는 것을 알려주셨는데 신기하게도 어제 딱 유인구가 왔고 그렇게 쳐서 안타가 나왔다. 오늘 왼손 투수라 라인업에서 빠질 것 같았는데 라인업에도 넣어주셨다”며 “늘 늦은 시간까지 훈련 시켜주시는 모창민 코치님. 그리고 2군에서 토텝을 알려주신 김정준 감독님께도 감사드린다”고 했다.
자신을 향한 기대는 알고 있었다. 이영빈은 “상무에 들어간 순간부터 전역하는 순간까지 팬분들도 기대를 많이 해주셨다. 하지만 상무에서 꾸준히 출전하지 못했고 성적도 좋지 않았다. 걱정하시는 것도 알았다”며 “다행히 오늘 이렇게 팀이 이기는 데 보탬이 됐다. 오늘만이 아니라 계속 팀 승리에 기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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