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올해 벚꽃 개화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축제 기간이 길었다. 기다림 끝에 맞은 만개한 벚나무 아래에는 추억을 남기려는 이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관람객들의 꼬리에는 흩날린 꽃잎 아닌 쓰레기를 남겨 뭇매를 맞고 있다.

서울 여의도 벚꽃축제는 국내 최대 축제 중 하나로,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 국회의사당 주변 윤중로를 중심으로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서 열렸다. 주말부터 가족·연인·친구 단위의 인파가 발 디딜 틈 없이 몰렸다.

여의도 벚꽃은 지난 9일까지 절정을 이뤘다. 10일 푸릇푸릇한 초록 잎이 벚나무에 돋기 시작했지만, 곳곳에는 여전히 하얀 벚꽃 물결을 이룬 나무들을 보기 위해 거리로 나온 방문객들로 붐볐다.

◇ 쓰레기통으로 전락한 축제 현장…몸도 마음도 병들었다

화사한 벚꽃나무 속에서 이곳을 찾은 이들의 얼굴에 미소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뒤끝은 깔끔하지 못했다.

축제 현장에는 ‘한 철 장사’를 노린 노점들로 북적였다. 최근 논란이 된 ‘바가지 요금’도 예외 없이 이뤄졌다. 주변 상점과 배달 음식 전단까지 거리를 뒤덮었다.

9호선 국회의사당역으로 연결되는 국회 주변 거리는 쓰레기 처리장을 방불케 했다. 특히 도로변의 작은 공원에는 담배꽁초부터 깨진 유리까지 각종 쓰레기로 넘쳤다. 주변 건물 관리인 A씨는 “감당이 안 되는 정도”라며 혀를 찼다.

또한 대부분 구역은 금연거리로 지정됐으나, 관람객 일부가 여기저기서 담배 연기를 뿜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B씨는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했으나, 이보다 더 심한 것이 담배 연기”라며 인상을 찌푸렸다.

도로까지 점령한 행렬은 차량 이동을 방해했다. 서강대교로 이어지는 사거리에서 여의도순복음교회 방면 우회전 차선은 대기시간만 15분 이상 소요됐다. 이곳 버스정류장 역시 무리하게 버스에 탑승하려는 승객들로 인해 지체시간이 더 길었다.

밤에는 이때다 싶어 출몰한 폭주족들이 날뛰었다.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거친 엔진 소리를 터뜨리는 차량과 오토바이들이 질주했다. 거리에는 편의점에서 술과 안줏거리를 사 와 고성방가를 일삼는 이들도 있었다.

국회 앞 24시간 식당을 운영하는 C씨는 “평소에도 해가 지면 국회 앞 도로의 차량 이동수가 줄어 새벽까지 폭주 차량이 이어지고 있지만, 축제 기간 심각도는 선을 넘는 수준”이었다며 “경찰에 신고해도 나 몰라라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국회 주변에는 매일 국회를 경호하는 경찰버스가 주차돼있다. 이 안에는 경찰들이 상시 대기하고 있다. 이들 앞에서도 쓰레기를 무단투척하거나 폭주하는 관람객의 모습이 포착됐다. 하지만 해당 경찰들은 “우리 업무가 아니다. 관할 경찰서에 신고하라”고 할 뿐이었다.

벚꽃이 예쁜 날, 마음이 불편한 경우도 많았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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