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상암=김용일 기자] 축구대표팀 ‘캡틴’ 손흥민(토트넘)은 태국전 선제골에도 팀이 졸전 끝 비긴 것에 아쉬워하면서도 ‘화합’에 의미를 뒀다.

그는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조별리그 C조 3차전 태국과 홈경기에서 전반 41분 왼발 선제골로 포효했다. 그러나 후반 16분 수비진의 방심으로 상대 교체 요원 수파낫 무에안타에게 동점골을 얻어맞으면서 팀은 1-1로 비겼다.

손흥민은 경기 직후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나 “결과는 아쉽지만 선수들이 단합해서 한발 한발 뛰며 기회를 만들어낸 건 긍정적”이라며 “수비하는 팀을 상대로 (기회를) 만드는 건 어렵다. (골) 운도 없었고 상대 골키퍼 좋은 모습을 보였는데, 우리가 뭉쳐서 무언가라도 한 번 더 하려고 했다. 가장 크게 얻은 수확”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결과보다 더 중요한 건 ‘화합’이었다. 손흥민은 이날 마음의 짐을 털어내는 득점포를 해냈다. 지난달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에서 탈락한 뒤 대표팀 후배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불화가 세상에 알려져 마음고생한 손흥민이다. 이강인이 그가 활동하는 영국 런던으로 날아가 사과하면서 일단락했지만 마음의 상처를 안고 지냈다. 최근 토트넘에서 득점포를 가동하면서 악몽에서 탈출했지만, 대표팀은 또다른 영역이다.

그 역시 이번 황선홍호에 소집되면서 아시안컵 직후 대표팀 은퇴까지 고민했다는 고백도 했다. 그러나 화합의 중심을 자처했다. 이강인이 다시 한 번 국내에서 손흥민을 비롯해 동료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 그는 태국전을 앞두고 “강인이가 모든 선수 앞에서 어떤 행동을 했고, 무엇을 잘못했고 등에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 사과하는 용기도 필요했는데 (다른) 선수도 마음을 잘 받아줬다. 우리가 더 똘똘 뭉칠 계기가 마련됐다”고 화답했다.

어느 때보다 사력을 다한 그는 선제골 뿐 아니라 후반 교체로 이강인이 들어왔을 때도 시너지를 내며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손흥민은 “우리에겐 미래에서 더 중요한 것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 뛰는 선수와 뛰지 않은 선수 모두 하나가 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강인과 호흡에 대해서는 “워낙 잘하고 재능이 많은 선수다. 강인이가 교체로 투입돼 분위기를 전환하려고 했다. 호흡이 점점 더 좋아지는 걸 느낀다. 또 강인이가 발전하는 것을 느낀다. 함께 뛰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대표팀 은퇴 고민에서 얼마나 벗어났느냐는 취재진 말엔 “어려운 질문이다. 대표팀 자리를 당연하게 여긴 적 없다. 매번 감사하고 영광스럽다”며 “(당시) 나만 생각한다면 (은퇴를) 할 거 같았다. 심경이 코앞이었다. 은퇴한 선수에게 질문하고 조언도 구했다”고 밝혔다.

박지성, 기성용, 차두리 등 대표팀에서 장기간 생활하다가 은퇴를 선언한 선배와 연락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솔직한 얘기를 해줬다. 어린 내게 도움이 됐다”며 “이만큼 사랑받는 선수는 드물다고 여겼다. 또 그런 사람, 동료 앞에서 내가 이럴 자격이 있나 생각했다. 쉽지 않은 선택을 했지만 주변 사람으로부터 큰 힘을 얻었다. 팬과 약속을 지키고 싶다. 약한 생각 안 하고 강한 사람으로 성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또 아버지이자 축구 스승인 손웅정 감독에게도 미래와 관련한 질문을 던졌다고 고백했다.

다시 대표팀 주장으로 마음을 다잡은 그는 동료 수비수인 김민재의 말을 빌렸다. “민재가 얘기했듯 ‘대가리 박고’ 하겠다”고 웃은 손흥민은 26일 예정된 태국과 방콕 원정 4차전을 철저히 준비하겠다며 장내를 빠져나갔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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