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귀신 장르로 어떻게 1000만을 하나요. 강동원도 안 나오는데.”

지난해 1월 제26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 ‘B급괴담 클래스’에서 장재현 감독은 주변 사람들이 “다음 영화는 ‘검은사제들’보다 더 잘돼야지”라고 농담을 던진다면서 이 말을 꺼냈다.

당시 장 감독은 오컬트 장르가 ‘블루오션’이라 손익분기점이나 넘기려는 심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할 것이란 기대는 조금도 없었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장감독의 발언과 반대로 그의 세번째 오컬트물 ‘파묘’는 1000만 관객을 목전에 두고 있다. 주말 사이 꿈의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흥행 속도로만 보면 지난해 최고 흥행작 ‘서울의 봄’(33일)보다도 일주일 정도 빠르다. MZ무당과 풍수사, 장의사가 힘을 합쳐 묘를 파헤친 뒤 기이한 일에 직면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파묘’는 역사와 연관된 메시지가 시대상과 겹치면서 시너지를 일으켰다.

1030뿐 아니라 4060까지도 극장가를 찾아 ‘파묘’를 관람했다. CGV에 따르면 ‘파묘’ 관람객 중 약 37%가 4060세대다. 나이와 성별을 막론하고 사람들을 극장가로 이끈 ‘파묘’는 일상에선 대화의 주요 소재가 되고 있다.

‘파묘’는 무속신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스타일리시한 느낌을 주면서, 후반부에는 선과 악이 싸우는 단순한 구조의 케이퍼 무비로 변주했다. 일직선으로 달리는 단순한 이야기로 대중적인 전달력을 높였다.

‘묘벤져스’라 불리는 배우들은 신들린 연기를 선보였다. 상덕(최민식 분)과 영근(유해진 분)이 안정적으로 현실감을 넣어준 가운데 화림(김고은 분) 봉길(이도현 분)이 톡톡 튀는 연기를 펼치며 신구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다.

후반부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를 시작으로 새롭게 이야기가 펼쳐지는 대목에선 메시지가 힘 있게 전달된다. 그 사이 대살굿, 혼부르기를 비롯해 음영사나 오니와 같은 일본 귀신 등 미술적인 부분에서도 볼거리가 많다.

국내에서 인기를 얻자 ‘파묘’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지난달 23일 몽골을 시작으로 전 세계 133개국에서 상영 중이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인도네시아에서는 20일 만에 약 18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현지 개봉 한국 영화 흥행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예상 못 한 결과에 장재현 감독은 감사를 표했다. 장 감독은 21일 서울 종로구 한 커피숍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정말 감사하다. 부담도 있고, ‘더 잘 만들걸’이라는 후회도 있다. 하루하루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웃었다.

‘파묘’ 관계자는 “장 감독이 남들이 하지 않는 이야기를 하는 창작자라고 여겨져서인지, 개봉 전부터 기대가 뜨거웠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관객들의 기대치를 충족한 것 같다”며 “후반부 역시 호불호를 알면서 밀어붙인 진심이 전달된 것 같다. 초반 기대치가 쭉 이어져 온 결과”라고 말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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