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꽃미남’ 스타 송중기가 미모를 버렸다. 더벅머리에 거뭇한 때가 묻은 얼굴, 낡은 패딩 점퍼를 걸친 뒷모습이 한겨울 새벽녘처럼 처연했다.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 속 송중기는 오롯이 탈북민 로기완으로 서 있다.

1일 공개되는 ‘로기완’은 언어도 문화도 낯선 벨기에에서 살아남고자 발버둥 치는 탈북자 기완(송중기 분)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단편 ‘수학여행’(2010)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희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송중기가 타이틀롤을 맡았고, 배우 최성은이 기완과 사랑에 빠지는 마리로 분했다.

김희진 감독은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린 ‘로기완’ 제작보고회에서 “타이틀롤로 송중기를 고집한 건 내가 살면서 가장 잘한 선택”이라며 “로기완은 심지가 굳고 진흙탕에서 꽃을 피워내는 사람이다. 송중기가 로기완이 돼 준다고 했을 때 상당히 벅찼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말이나 외형의 느낌이 인상적인데, 저희 영화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송중기의 얼굴이 있다. 처연해서 안아주고 싶고, 너무 서늘해서 얼어붙기도 했다. 배우에게도 의미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로기완’과 송중기의 첫 만남은 약 7년 전으로 돌아간다. 대본을 읽은 송중기는 작품 출연을 수락했다가 번복했다. 공감되지 않는 포인트가 있어서였다.

하지만 다른 작품을 촬영할 때도 줄곧 “‘로기완’ 왜 안 만들어지지?”라는 걱정을 했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김감독은 ‘로기완’ 대본 수정작업을 이어갔다. 그리고 JTBC ‘재벌 집 막내아들’(2022) 촬영 중 다시 ‘로기완’과 만났다. 결혼을 하고 한 아이의 아빠가 된 송중기는 ‘스타’보다 ‘배우’의 눈으로 수정된 대본을 꼼꼼히 살핀 뒤 출연을 수락했다.

송중기는 “7년 전에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는 신선했고 먹먹했다. 이 대본이 다시 돌아왔을 때 인연이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는 내 것이라는 마음으로 접근했다”며 “이방인의 이미지를 제일 많이 떠올리면서 연기했다. 죄책감을 대본에 써놓고, 어떻게 풀어낼지도 고민했다. 사랑을 나눈 마리와 든든하게 버텨준 사람들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더불어 사는 세상이 ‘로기완’이 내게 준 답이었다”고 말했다.

김희진 감독은 낯선 곳에서 살아가는 로기완이 송중기여서 고마웠고, 상대 배우인 최성은은 송중기의 프로의식에 감탄했다고 했다.

김 감독은 “로기완이 탈북자인데 ‘송중기의 미모가 어울릴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방해될지 모르겠다는 송중기의 미모가 오히려 좋았다”며 “송중기가 기완을 연기한 덕분에 마음이 10이 움직일 것이 20으로 바뀌었다. 미모로 덕을 봤다”고 말했다.

최성은은 “송중기 선배는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이 고민하는 배우였다. 연기하면서 공감이 안 되는 날도 있는데, 그럴 때 ‘혼자 그냥 해봐야지’라면서 임했었다”면서 “하지만 송중기 선배는 자기 생각이 맞지 않으면 충분히 대화하고 설득을 해낸다. 그 점을 정말 배우고 싶었다. 단단하면서 빛이는 배우라 여겼고, 많이 의지했다”고 칭찬했다.

한편, ‘로기완’은 오는 3월 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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