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또다시 마녀사냥인가. 속사정을 모르면서 마치 현장에 있었던 것처럼 한 사람을 타깃으로 삼은 걸수도 있다. 비난 여론으로 치닫으면, 당사자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기회도 잡기 힘들다. 상호 화해가 있고서야 언제 그랬냐는 듯 단두대를 거뒀다.

이번 대상은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이다. 축구계 신동으로 불리며 어렸을 때부터 ‘국민 조카’로 불렸던 그도 피할 수 없는 화살이었다.

이강인이 광고 모델인 아라치 치킨은 공식 홈페이지와 SNS에서 그의 흔적을 지웠다. 쿠팡플레이는 최근 펼쳐진 파리 생제르맹 FC 경기를 중계하면서 이강인의 사진과 관련 자막을 없앴다. 회사 이익을 위해 그와 손절 절차를 밟은 것으로 보인다.

호감형이었던 이강인을 나락으로 가게 한 사건은 아시안컵 준결승 전날에 일어났다. 이강인을 비롯해 몇몇 젊은 선수들이 대표팀 단합 자리를 이탈했고, 이를 제지하던 주장 손흥민 등 고참 선수들과 마찰을 빚은 것. 이 과정에서 신체적 접촉이 있었고, 결국 손흥민의 손가락이 탈골되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 팀워크가 완전히 깨진 상태에서 요르단과 경기를 치렀다. 결과는 좋을 리 없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불화는 전국을 분노로 들끓게 했다. 표적은 단 한명, 이강인에게 꽂혔다. 각종 소문이 번졌고, 혹자는 그의 사주까지 논하며 비난 여론을 형성했다.

공격은 이강인 가족까지 번졌다. 그의 친누나 SNS에 가시 돋은 글이 쏟아졌다.

뚜렷한 입장을 발표하진 않았지만, KT는 여전히 이강인과 동행하고 있다. 6년째 그를 후원하는 KT는 이강인에 관한 쏟아지는 질문에 말을 아꼈다.

KT 관계자는 “현재 전 상황을 파악하고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지만, 분위기상 이상인과의 관계 유지에는 변함없을 듯하다.

과거 통신업계는 모델 잔혹사를 치렀다. 지난해 SK텔레콤은 배우 (고) 이선균이 마약 투약 의혹을 받자 그의 아내인 배우 전혜진과 함께 부부 모델로 내세웠던 광고를 내렸다. 2016년에는 ‘정치색 논란’에 휘말렸던 그룹 트와이스 멤버 쯔위가 출연한 LG유플러스 광고가 철수했다.

이강인은 2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번 사건에 반성하는 사과문을 게시했다. 그는 “지난 아시안컵 대회에서 저의 짧은 생각과 경솔한 행동으로 인해 (손)흥민이 형을 비롯한 팀 전체와 축구팬 여러분께 큰 실망을 끼쳐드렸다”며 고개 숙였다.

이강인은 손흥민을 직접 만나 사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껴, 런던을 방문한 사실을 밝혔다. 두 사람은 진중한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 화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인은 “흥민이 형이 주장으로서, 형으로서 또한 팀 동료로서 단합을 위해 저에게 한 충고들을 귀담아듣지 않고 제 의견만 피력했다”라며 “그날 식사 자리에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라고 했다.

이강인의 사과문을 본 다수 네티즌은 화를 식히고 그를 다시 응원하는 분위기다. 시간이 흘렀지만,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줄 아는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

반면 대한축구협회는 여전히 입을 꾹 다물고 있다. 해명할 생각조차 없어 보인다. 팬들의 언성이 높아지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의 계약 해지로 덮었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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