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대표팀이 쪼개졌다. 수수방관으로 일관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리더십이 초래한 결과다.
대표팀 사정에 밝은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선수는 대표팀 선발 보이콧까지 고려하고 있다. 이강인을 대표팀에 다시 뽑을 경우에는 차출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팀 한 선수의 측근은 “일부 선수가 이강인이 다시 대표팀에 뽑힐 경우 차출을 거부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라며 “확실히 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갈등이 폭발해 걷잡을 수 없는 지경까지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축구 관계자도 “아직 보이콧을 하겠다는 의사를 확실하게 밝힌 것은 아니다. 다만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거기까지 갈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 정도로 관계가 심각하게 악화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4강 탈락한 대표팀은 클린스만 감독 경질 논란에 이어 선수단 갈등 소식까지 나오면서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 14일 영국 언론 더선에서 손흥민의 손가락 부상 소식을 전했는데, 대회 기간 탁구를 하려는 대표팀 동료와 몸싸움하다 다쳤다고 보도했다. 마침 대한축구협회에서도 빠르게 사실을 인정하면서 불을 지폈다.
더선에서 밝힌 손흥민과 마찰을 일으킨 선수는 다름 아닌 이강인이다. 실제로 대표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대회 기간 이강인, 젊은 선수들과 일부 선참 선수들이 갈등을 겪었다. 탁구 사건을 통해 일이 조금 커진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선수 간의 갈등은 분명 문제가 될 만한 이슈다. 하지만 26명이 모인 선수단 내에서 크고 작은 싸움이 없는 것도 부자연스럽다. 세상에 그 어떤 조직도 구성원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사이좋게 지내기는 어렵다. 대표팀 내에서도 늘 ‘파벌’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를 문제 삼는 이들도 있었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친한 선수끼리 몰려다니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이번엔 사안이 꽤 심각해 보인다. 대표팀 주축 선수들이 보이콧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분명 진지하게 받아들일 만하다. 게다가 그 중심에 대표팀에서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갖춘 이강인이 있다.
핵심은 클린스만 감독의 수수방관 리더십이 낳은 결과라는 점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단에 극한의 자율을 부여하지만 선수 간의 ‘케미’, ‘관계’에는 무관심했다. 한 관계자는 “클린스만 감독은 거의 모든 일을 선수에게 맡긴다. 선수 간의 역학 관계를 생각해 트러블을 직접 봉합하려는 움직임은 거의 없었다”라고 말했다.
감독이 선수단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끼어들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는데도 클린스만 감독은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국은 4강 요르단전에서 졸전으로 일관하며 탈락했다. 64년 만의 우승 도전도 허탈하게 막을 내렸다.
혈기 왕성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젊은 선수 간의 갈등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일련의 흐름으로 인해 일이 커졌다고 볼 여지도 있다. 잘만 수습하면 단순한 ‘해프닝’ 정도로 기억될 만한 사건이다. 토트넘 홋스퍼 다큐멘터리만 봐도 손흥민은 베테랑 골키퍼 위고 요리스와 싸웠지만, 이후 좋은 동료로 오랜 기간 함께했다. 싸우고 화해하는 것은 가능하다.
이제 이 일을 해결하는 게 더 중요하다. 클린스만 감독의 ‘구경꾼’ 리더십으로는 수습이 불가능하다. 새로운, 그리고 명확하게 선수들을 이끌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가 필요한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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