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가고시마=김용일 기자] “린가드는 정말 생각 못 했는데, 이제 국제 재활공장장이 돼야지 뭐.”

FC서울 지휘봉을 잡고 포항 스틸러스 시절 애제자를 대거 만난 김기동 감독은 또 한 명의 원군을 만났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만 통산 200경기 이상을 뛴 제시 린가드(32)다.

엄청난 스포트라이트 속 서울에 입단한 린가드는 지난 8일 일본 가고시마 캠프에 합류해 K리거로 도전을 준비 중이다. 가벼운 웜업부터 시작해 현지 평가전도 소화하는 등 ‘서울맨’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해 여름 노팅엄 포리스트에서 방출된 뒤 6개월 넘게 팀을 찾지 못하다가 서울에 온 린가드는 실전 감각을 회복하는 게 우선이다. 김 감독은 포항을 성공적으로 이끌 때 어린 선수 발굴 뿐 아니라 김승대, 임상협 등 슬럼프를 겪은 베테랑을 마법처럼 재기시키는 성과를 냈다. 세계적인 스타 린가드의 부활 역시 김 감독에게 달려 있는 셈이다.

그는 “(김)승대 같은 선수들은 정서적으로 나랑 잘 맞아 도움을 줄 수 있었다”며 “린가드는 정말 새롭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국제적인 재활공장장이 돼야할 것 같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린가드를 잘 살려서 같이 EPL이나 도전해볼까”라며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었다.

다수 서울 팬은 린가드 영입을 반기면서도 우려했다. 지난해까지 4연속시즌 파이널B(하위리그)로 추락해 자존심을 구긴 서울은 김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 ‘명가 재건’을 다짐했다. 김 감독은 포항 시절부터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조직적인 축구를 펼친 것으로 유명하다. 서울에서도 기조는 같다.

이런 만큼 린가드처럼 ‘빅네임’, 그것도 실전 공백이 따르는 선수가 갑작스럽게 팀에 합류해 ‘김기동호’에 마이너스 요인이 되지 않을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 김 감독도 이런 우려에 공감하면서도 “해외 축구가 아무리 좋은 문화여도, 국내에 들여올 땐 융화가 중요하다”며 “린가드는 (재기에 대한) 의지가 있다. 기존 선수와 잘 어우러지게 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장) 기성용에게 농담으로 우리 팀에 EPL 선수가 (너를 포함해) 2명이라고 했다. ‘린가드는 네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웃었다.

기성용은 스완지시티 등 EPL을 누빌 때 린가드와 격돌한 적이 있다. 린가드에게 기성용은 서울 생활에 커다란 버팀목일 수밖에 없다. 영어로 소통도 충분하다.

지난달 태국 후아힌에서 시행한 1차 전지훈련에서 고강도 체력 훈련을 이끈 김 감독은 가고시마에서 현지 팀과 평가전으로 전술을 다지고 있다. 그는 “갑자기 내 축구가 바뀌진 않을 것이다. (포항에서 한 것처럼) 세밀하고 빠른 축구를 해야 한다. 서울이 보완해야 할 점을 찾으면서 비슷한 형태로 이끌 것”이라고 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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