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기자]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과 ‘지금 우리 학교는’(이하 ‘지우학’)으로 글로벌 스타덤에 오를 때까지, 배우 이유미는 주로 어두운 인물을 연기했다.

유명세를 얻기 전 출연했던 영화 ‘박화영’부터 ‘인질’에 이어 ‘어른들은 몰라요’에서도 마찬가지다. 첫 주연작인 tvN 드라 ‘멘탈코치 제갈길’(2022)에서 조금 완화됐지만, 사연있는 역할을 연기할 때 이유미가 더 돋보이곤 했다.

최근 종영한 JTBC ‘힘쎈여자 강남순’(이하 ‘강남순’)은 이유미에 대한 선입견을 뒤집은 작품이다. ‘강남순’은 괴력을 가진 가문에서 태어나 몽골에서 길을 잃은 뒤 십수 년 만에 가족과 상봉한 강남순이 한국에서 마약 밀매 조직을 소탕하는 이야기다.

전작인 ‘힘쎈여자 도봉순’(2017)의 스핀오프물인 이 드라마는 전반적으로 유쾌하고 명랑하다. 이유미가 연기한 강남순의 매력이 한몫했다. 엄청난 괴력을 가졌지만, 올바른 곳에만 힘을 사용하고자 하는 순수함을 가진 강남순이 이유미의 밝은 미소와 만났다. 덕분에 괴력을 부끄러워했던 도봉순(박보영 분)과 또 다른 포인트를 갖게 됐다.

이유미는 “남순이가 가진 순수한 면과 악의 없는 순간들이 저에게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남순을 해보니 앞으로 못할 연기가 없을 것 같다. 밝고 맑은 캐릭터에 갈증이 있었는데, 해소됐고 연기에 대한 용기도 얻었다”고 말했다.

◇“‘도봉순’ 스핀오프 부담됐지만, 행복에 겨워 촬영했어요”

‘강남순’은 ‘백미경 작가의 K-여성 히어로물이자, 독특한 여성 서사 작품이다. 여성의 연대와 공존을 메시지로 담아온 백 작가의 유쾌하고 통쾌한 마약 소탕 작전이 ‘강남순’에 담겼다. 하지만 전작의 큰 인기는 배우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작품에 누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PD님과 대화도 많이 하고 어떻게 하면 남순이를 더 순수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동료들과 얘기를 많이 하면서 캐릭터를 잡아나갔어요.”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 190개국에 공개된 ‘강남순’은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남순의 엄마인 황금주 역의 김정은이 할리우드 배우 나오미 캠벨에 언급될 정도였다. 이유미는 말할 것도 없다. ‘오징어 게임’과 ‘지우학’이 신스틸러에 가까웠다면 ‘강남순’은 이야기를 이끄는 화자다. 확실히 달라진 반응을 체감한다고 한다.

“남순이랑 저랑 같이 성장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저는 남순이만큼 순수하지 않아서. 150% 정도 순수함을 끌어올렸어요. 최근에는 부산에 촬영하러 갔었어요. 연령층이 다양했는데 모두 ‘남순아’라고 불러주시는 거예요. 개인적으로 특별했고, 반응을 실감했던 순간이에요. 행복에 겨워 촬영했죠.

◇“옹성우와 민망했던 키스신, 뭔가 아쉽게 끝난 것 같아”

이유미의 필모그래피 중 본격적인 러브라인이 있는 작품은 ‘강남순’이 처음이다. 우연한 계기로 알게 된 경찰 희식(옹성우 분)과 여러 갈등과 위기를 이겨내면서 결국 사랑에 빠진다.

“‘강남순’ 속 여자들은 직진이잖아요. 사랑을 표현하고 고백하는 것들이 더 설렜어요. 당찬 여성을 표현하는 것도 마음에 들었어요. 성우 씨랑은 현장에서 깊이 친해졌던 것 같아요. 춤도 같이 추고 의식의 흐름대로 케미스트리를 맞춰나갔어요. 옆에서 본 성우씨는 공부도 많이 하고 착실한 배우였어요. 연기에 한없이 진지하더라고요.”

후반부에 두 사람은 작품의 끝을 매듭짓는 키스신을 선보인다. 아이돌 출신으로 팬덤이 두꺼운 옹성우와 글로벌 스타 이유미의 입맞춤은 뜨거운 화제를 몰고 왔다.

“추운 날이었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을 많이 했어요. 막상 현장에서 어떻게 할지 얘기하다 보니까 민망한 것도 사라졌어요. 왠지 더 잘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아쉽게 촬영한 장면이었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에서 강남순은 엄마 황금주와 할머니 길중간(김해숙 분)의 보호를 받는다. 세 사람의 모녀 케미스트리도 상당히 재밌었다. 언제나 독특한 할머니를 도맡는 김해숙과 과격하고 억센 역할을 처음 해보는 김정은, 순수하고 명랑한 이유미의 앙상블에 호평이 이어졌다.

“저는 롤모델이 수시로 바뀌어요. ‘강남순’을 통해 정은 선배님께서 사람들을 잘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두 분 다 고참이신데도, 연기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는 걸 보면서 정말 멋있어 보였어요. 어떤 말과 행동은 정말 사랑스러웠어요. 이런 만남이 천운이라 생각해요. 저도 쉬지 않고 연기를 해왔는데요. 두 분처럼 쉽게 무너지지 않으면서 성장을 이어가려고 해요. ‘강남순’은 제게 행복이었고 성장이었어요.”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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