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울산=김용일기자] ‘빅 크라운(울산문수경기장)’이 2만여 푸른 파도로 넘실거렸다. 그야말로 해피엔딩. 모두가 꿈꾸는 대관식이 화려하게 펼쳐졌다. 일찌감치 창단 첫 K리그1 2연패를 확정한 울산 현대가 안방에서 ‘현대가 라이벌’ 전북을 제압하고 당당하게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3일 전북과 ‘하나원큐 K리그1 2023’ 최종 38라운드 홈경기에서 1-0 신승, 승점 76(23승7무8패)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오랜 기간 ‘전북 징크스’에 시달리다가 지난해 17년 만에 K리그 통산 두 번째 별을 단 울산은 2연패를 달성한 시즌 최종전에서 다시 전북을 제압해 의미를 더했다.

◇기차역부터 푸른 물결, 전국구 구단 입증

대관식 역시 전국구 구단으로 거듭난 울산의 위상이 느껴졌다. 이른 아침 서울역에서부터 푸른 호랑이 유니폼을 착용한 팬이 곳곳에서 보였다. 킥오프 4시간여를 앞두고 울산 통도사역엔 푸른 물결이 주를 이뤘다. 빅 크라운으로 향하는 리무진 버스 앞엔 긴 줄이 늘어섰다.

울산은 최종전에도 2만8638명이 몰려 들었다. 선수단 라커룸을 개방해 제작한 자체 다큐멘터리 ‘푸른파도’ 성공을 바탕으로 수도권으로 팬 확장에 성공한 울산은 올시즌 19차례 홈경기에서 관중 34만5990명을 유치했다. 2018년 유료 관중 집계 이후 한 시즌 최다이자 구단 역사상 가장 많은 관중이다. 특히 시설관리공단으로부터 F&B 사업권을 따내 경기당 7000만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등 지방구단 한계를 넘어서며 성적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전·현 주장 ‘이례적’ 동반 트로피 세리머니…‘이게 원 팀이다’

승리만큼 대관식을 가장 빛나게 해주는 건 없다. 지난해엔 우승 확정 이후 최종전에서 제주에 1-2로 패했지만 이날은 달랐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티켓이 걸린 3위 확보가 간절했던 전북이었지만 경기 내내 울산이 주도권을 쥐고 몰아붙였다. 결국 전반 31분 역습 상황에서 공격에 가담한 ‘축구 아이돌’ 설영우의 오른발 결승골이 터져 빅 크라운의 함성은 절정에 달했다.

세리머니도 팬을 벅차게 했다. 설영우는 동료를 불러 모으더니 홈 팬을 향해 손가락을 입에 대고 ‘쉿’하는 동작을 했다. 이어 터치라인 밖에 놓인 공을 가슴에 품었다가 하늘로 번쩍 들어올렸다. 경기가 끝난 뒤 시행하는 우승 트로피 세리머니에서 착안해 그라운드에서 공과 함께 먼저 포효한 셈이다.

하이라이트인 시상식 이후 트로피 세리머니에서는 ‘원 팀 울산’의 가치를 더욱 느끼게 해 감동을 줬다. 울산은 시즌 초반 패배를 모르며 순항하다가 6월 일부 선수가 SNS에 인종차별적 발언을 남겨 뭇매를 맞았다. 핵심 자원인 박용우(알 아인)의 이적까지 맞물려 잠시 내리막을 탔다. 이때 홍 감독은 주장단 교체로 분위기를 추슬렀다. 정승현이 주장 완장을 김기희에게 넘겼다. 그런데 이날 트로피를 움켜쥔 김기희는 혼자 들어올리지 않고, 정승현을 불렀다. 이례적으로 전·현직 주장이 함께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것으로 진정한 해피엔딩을 완성했다.

◇‘정기선 시대’→새 왕조 구축 가속페달…“함께 뛰겠다”

대관식엔 울산의 모기업인 HD현대의 정기선 부회장이 참석, 선수에게 직접 메달을 걸어줘 눈길을 끌었다. 차기 한국 축구 대권 주자로도 불리는 정 부회장은 지난 9월 울산이 FC서울 원정 경기를 치를 때도 서포터석에서 함께 관전한 적이 있다. 주위에 알리지 않고 울산 홈경기도 종종 방문할 정도로 애정을 품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이 이번 대관식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축구계와 호흡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더불어 울산 팬은 팀이 2020년대 진정으로 새 왕조를 구축하는 데 정 부회장이 든든한 지원군 구실을 하리라는 기대도 따른다. 울산 서포터는 시상식 직후 “정기선!”을 외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마이크를 잡고 “가슴에 별 4개, 10개가 될 때까지 함께 뛰겠다. 오늘 우리가 챔피언”이라고 화답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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