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장애인 인권 운동가 목소리 담아…개인 음성·실시간 말하기 등 소통 가능

[스포츠서울 | 표권향기자] 애플이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아 제작한 광고 캠페인 ‘잃어버린 목소리’를 3일 공개했다. 잃어버린 목소리는 올해 새로 선보인 기능인 ‘개인 음성’을 활용했으며, 의사이자 장애인 인권 운동가인 트리스트람 잉햄이 내레이션에 참여했다.
개인 음성은 불의의 사고나 선천성 신경 마비 등으로 목소리를 점점 잃어가는 이들을 위한 기능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 녹음하면 이후 텍스트 입력 방식 등을 통해 의사전달이 가능한 프로그램이다.
이번 캠페인의 주인공인 잉햄은 안면견갑상완 근육퇴행위축(FSHD)이라는 병을 앓고 있다. 이 병은 얼굴과 어깨, 팔에서부터 점차 근육이 퇴화하기 시작해 결국 말하지도, 혼자서 먹지도 못하게 된다. 일부 심각한 경우에는 눈도 깜빡일 수 없다.
2013년 휠체어를 타기 시작한 잉햄의 목소리가 최근 몇 년 사이 변했다. 점점 목소리를 잃어간다는 것을 인지한 잉햄은 “지난달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했어야 했는데, 그날따라 호흡에 문제가 있어 발표할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다른 사람에게 제 발표를 대신 부탁했다. 글은 내가 썼는데 말이다”라고 말했다.
목소리를 잃을 수 있다는 공포 앞에서 잉햄은 애플의 개인 음성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저장했다. 뉴질랜드 원주민 출신인 그는 영어로 자신을 소개면서도 종종 마오리어로 ‘티 리오’라고 인사를 건넸다. 언젠가 찾아올 침묵의 늪을 대비한 것이다.

◇ 음성 손실 이상무! ‘모두’를 위한 말하기 지원 기능 탑재
올 가을 애플은 iOS 17, 아이패드OS 17, 맥OS 소노마에서 이용 가능한 개인 음성을 출시했다. 목소리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있는 사용자들이 약 15분 간 제시되는 텍스트를 읽으면 개인 음성 기능이 오디오를 포착해 사용자의 목소리와 유사한 소리를 만들어 준다.
애플은 오랜 시간 뉴럴 TTS(텍스트·음성변환기술)의 선봉을 지켜오고 있다. 개인 음성 기능과 함께 애플은 뉴럴 네트워크를 온전히 온디바이스로 훈련해, 사용자의 개인 정보 보호와 말하기 지원 기능을 진일보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보이고 있다.
잉햄은 “장애인 커뮤니티에서 자신의 말을 전달하는 대체 음성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의료인과 가족들이 장애인들을 대신해 말해왔다”며 “기술을 활용해 목소리를 보존하고 유지할 수 있다면, 그건 자율성과 자기 결정권을 보존하는 일”이라고 전했다.
또한 ‘실시간 말하기’는 사용자들이 하고싶은 말을 타이핑하면 자신의 개인 음성이나 내장된 시스템 음성 중 원하는 소리로 말을 전달하는 기능이다. 신체·행동·언어 장애가 있는 사용자들은 물리적 접촉 대신 대안적 방식으로 기기와 상호작용 가능한 스위치 제어, 보조터치와 같은 기능들과 함께 사용하면 자연스럽고 편안한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다.
한편, 비영리단체 팀 글리선은 또 다른 진행성 질환인 근위축성측색경화증(ALS) 환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이 병을 진단받은 사람의 3명 중 1명은 음성 손실을 겪는다. 블레어 케이시 팀 글리선 사무총장은 “한 사람의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보존하는 데 있어 기술은 무척 중요하다”며 “목소리는 우리 정체성의 일부이다. ALS 같은 질병이 말하는 능력을 앗아가려 할 때 개인 음성과 같은 도구는 모두가 계속해서 진정한 자신만의 목소리로 말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말했다.
사라 허링거 애플 글로벌 정책·이니셔티브 수석 책임자는 “애플은 모두를 위한 제품을 만든다. 이 ‘모두’에는 물론 장애인도 포함된다”며 “소통은 인간을 인간이게 만드는 데 중요한 부분이다. 애플은 언어 장애가 있는 사용자와 목소리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있는 사용자를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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