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태형기자] 지난 26일을 시작으로 게임업계에는 혐오의 광풍이 불고 있다. 대한민국 사회 전체에 만연해 있던 성별간 갈등이 이제는 게임사와 남성 유저들을 향한 ‘테러’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최근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뿌리에서 팀장급으로 활동하던 한 애니메이터가 SNS에 다수의 남성 혐오 관련 게시물을 작성하거나 리트윗한 사실이 유저들에게 포착됐다.

또한 “은근슬쩍 스리슬쩍 ○○ 계속해줄게”라는 글이 발견돼 큰 파장을 일으켰다.

실제로 해당 애니메이터가 참여한 여러 게임 PV 영상(제품이나 콘텐츠를 홍보하는 영상)들에서 집게 손 모양을 하고 있는 캐릭터들이 발견됐다. 집게 손 모양은 특정 커뮤니티에서 남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조롱하는 상징으로 통한다. 엄연한 혐오 표현, 사실 이것도 남성을 향한 성희롱과 다를 바 없다.

지난 2021년에는 유명 편의점, 치킨 브랜드 등 광고 홍보물에서 해당 손 모양을 사용하고 논란이 일자 사과한 전례가 있다.

물론 캐릭터의 움직임이 자연스러운 과정에서 나온 손동작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넘어지거나 전투 중인 다수 캐릭터들이 다섯 손가락이 멀쩡히 달려 있음에도 굳이 집게 손 모양을 하고 있을 이유는 없다.

이런 표현들이 발견된 것은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블루아카이브, 이터널 리턴, 에픽세븐 등 국내 주요 게임들의 홍보 영상에서다. 스튜디오 뿌리는 넥슨, 님블뉴런, 스마일게이트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영상 외주 작업을 맡았다.

시작은 지난 23일 공개된 메이플스토리 직업 ‘엔젤릭버스터’ 리마스터 홍보 영상에서였다. 지난 주말에는 유저들이 영상 속 엔젤릭버스터의 부자연스러운 엄지 각도와 집게 손 모양을 포착했다. 이어서 다른 게임들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견됐다.

넥슨을 비롯한 게임사들은 협업을 진행했던 모든 영상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또한 협업 대상이 아니라도 그동안 제작한 모든 영상들에 대해 전수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회사간 계약으로 이뤄진 외주 작업물에 ‘스리슬쩍’ 혐오 표현을 집어넣었다는 점이 충격으로 다가온다. 진짜 문제는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할 수많은 사람들이다. 누군가의 그릇된 신념과 행동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점에서 ‘테러리스트’와 다를 바 없는 행위다.

현재 ‘은근슬쩍 스리슬쩍’ 들어간 혐오 표현들을 찾아내기 위해 게임사 직원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수조사 중이다. 여기에 유저들도 가세해 1프레임마다 영상에 숨어 있는 ‘집게’를 찾아내고 있다. ‘집게’는 영상 속 캐릭터의 손가락뿐만 아니라 연기에서도, 구름에서도, 심지어 문양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물론 유저는 의심되는 것을 찾아낼 뿐, 진짜 혐오 표현인지를 가려내는 건 게임사들이 할 일이다.

일각에서는 “집게 손 모양이 욕이냐” “별것 아닌 손동작에 과잉 반응을 한다”라며 오히려 남성들이 손가락 하나로 여성을 겁박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미 사람들은 지난 갈등 사태들을 통해 저 손 모양이 한국 사회에서 욕설로 통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과거 ‘일베’처럼 말이다.

한편 유저들은 “이 사태는 테러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도 “대체 남성 성기가 작다는 손가락이 뭐 그리 중요하다고 이런 식으로 1프레임씩 집어넣는지 이해가 안 된다. 이건 테러다. 예상치 못한 곳에 폭탄을 숨겨 놓는 테러다”라고 하소연했다.

또한 블라인드 글에는 “그렇게 당당하면 이렇게 처박지 말고 갑사에 납품할 때 대놓고 ‘여기에 우리 상징 넣었어요’ ‘자연스럽죠?’ 하던가”라는 분노에 찬 글도 볼 수 있었다.

이 사태로 인해 회사간 계약 위반은 물론, 얼마나 많은 금전적인 피해가 발생할지는 상상할 수 없다. 전수조사가 끝나면 이제 게임사들은 결단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tha93@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