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무려 2년 7개월이 넘게 싸웠다. 학교폭력 가해자로 낙인찍힌 후 제대로 된 변명도 해보지 못한 채 홀로 법정 공방을 이어갔다. 배우 박혜수의 학교폭력을 주장한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았고, 수사는 더뎠다.

학교 폭력 의혹은 불편하고 민감한 사안이다. 확실히 해결되지 않으면 얼굴을 비추는 것조차 민폐가 되기 때문에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다. 자칫 강한 어조로 상대를 몰아붙였다간 역효과 날 수도 있어 더 조심했다.

긴 싸움 끝에 박혜수 소속사 고스트스튜디오는 지난 9일 “박혜수의 명예훼손 형사 고소 사건은 수사기관에서 피고소인이 허위사실 적시해 고소인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한 점이 상당해 명예훼손 혐의가 소명된다는 이유로 송치(기소의견 송치)했고, 현재 추가 수사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에서도 박혜수를 가해자로 주장한 사람들의 발언에 문제가 있다는 결정을 내린 셈이다.

지난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박혜수가 지난해 부산영화제 이후 약 1년 만에 영화 ‘너와 나’로 공식석상에 섰다. 차분한 하얀색 톤 의상을 입은 박혜수는 10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너와 나’ 언론시사회에 참석했다.

예상보다는 비교적 덜 상기된 얼굴로 현장에 얼굴을 비췄다. 조현철과 김시은이라는 든든한 우군 때문인지, 매우 떨리고 긴장될 수 있었음에도 비교적 자기 목소리와 톤을 유지했다. 취재진의 질의응답을 받기 전 박혜수는 먼저 마이크를 잡고 입장을 전했다.

박혜수는 “어제 제 소속사에서 그동안 진행된 제 상황에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많이 궁금했을 것 같다. 저는 지난 시간동안 거짓을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제 입장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영화 ‘너와 나’를 말하는 자리에,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서 감사하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하다”고 밝혔다.

영화 ‘너와 나’는 박혜수에게 특별한 작품이다. 학교폭력 가해 의혹이 터지기 전부터 제작진과 소통을 긴밀히 했고, 사건이 터진 후 충분히 다른 배우로 교체될 수도 있었지만, 박혜수를 믿은 제작진이 강행하면서 끝내 그의 이름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박혜수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이후로 여러 영화제를 다니면서 조현철 감독님과 시은씨를 비롯한 ‘너와 나’ 팀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항상 이 순간과 개봉을 앞둔 순간을 상상하며 기다렸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개봉하게 되면 이 영화를 떠나보내야 할 것 같아 생각만 해도 울컥한다. 그정도로 우애가 깊다. 이렇게 소중한 영화를 또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한다. 요즘에는 하루하루가 감사하다”고 말했다.

‘너와 나’에서 박혜수는 친구 하은을 끔찍이 아끼고 사랑해, 오히려 불통을 낳기도 하는 세미를 연기했다. 아직은 나이가 어린 탓에 제멋대로 구는 면이 있기도 하지만, 친구를 위한 우애만큼은 진심이다. 분명히 드러나진 않지만,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친구들이 세월호 참사를 겪었다는 은유가 세밀하게 담긴 작품이다. 진정 예술적으로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작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초반부터 작품의 화자인 세미를 다양한 감성으로 연기하는 박혜수가 눈에 띈다. 귀엽고 사랑스럽다가도, 친구가 자기 마음을 알아주지 않으면 토라지다 못해 짜증을 일삼고 급기야 눈물을 쏟아내는 모습은 예민한 감성의 10대 학생을 온전히 받아들인 것으로 엿보인다.

여러 과정을 거쳐 끝내 사랑스러운 얼굴로 관객을 설득하는 모습에서, 연기에 진정성을 다한 박혜수의 진심이 전달된다.

박혜수는 조현철 감독과 김시은에게 감사함도 전했다. 먼저 박혜수는 “세미를 만나는 동안만큼은 연기가 힘들지 않았다. 아마도 모든 스태프와 출연진이 한마음 한뜻으로 이 영화를 사랑해서 현장이 늘 즐거웠던 건 아닌가 싶다. 그런 팀을 꾸린 감독님께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김시은에 대해서는 “시나리오 단계에서 감독님께 ‘세미는 왜 이렇게 하은이를 좋아하나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러니까 감독님이 ‘단순하게 말하면 웃겨서’라고 답을 해주셨다. 이후에 리딩을 하는데 정말 질투 날 정도로 톡톡 튀는 모습을 연기할 때마다 다르게 보여줬다. 그 호흡과 센스는 정말 멋있었다. 연기하면서 재밌었다”고 밝혔다.

나아가 “시은이가 하은이였기 때문에 세미가 그렇게 더 사랑하고 질투하고 그리워하지 않았나싶다”며 김시은을 애틋하게 바라봤다.

‘너와 나’는 25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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