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항저우=김경무] “야, 나이스~. 일 없시요. 하나 하나 하라우”, “야, 어디 치니, 전위부터 먼저 보라우”, “팍팍 나가지 말라우”~.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치켜보던 북한 코치진은 포인트가 오갈 때마다 희비가 엇갈린 듯 선수들에게 소리쳤다. 절대 질 수 없다는 듯, 선수들을 자주 다그쳤다.
5일 오후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올림픽 스포츠센터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소프트테니스(정구) 혼합복식 8강전.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위 아래로 갈린 남북 선수들이 만났다.

북의 한성룡-리진미가, 금메달을 노리는 남의 김현수(달성군청)-문혜경(NH농협은행)과 4강행을 놓고 격돌한 것이다. 앞서 북 선수들은 예선 B조 경기에서 남의 김병국(순창군청)-지다영(안성시청)한테 2-5로 졌다.
5번 코트에서 열린 이날 8강전에서 스탠드를 메운 중국 관중들은 “짜요”를 외치며 북 선수들에게 열띤 응원을 보냈다.
반면, 정인선 회장, 주인식 실무부회장, 장한섭 전무 등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 관계자들은 큰 소리 내지 않고 포인트가 날 때마다 점잖게 박수를 보냈다.
경기는 김현수-문혜경이 게임스코어 4-0으로 앞서는 등 일방적인 우세를 보였으나, 북 선수들도 힘을 내어 2-4로 추격전을 벌였다.
그러나 결국 김현수의 삐른 전위 플레이, 강한 스트로크를 갖춘 문혜경의 후위 플레이가 빛을 발하며 남이 5-2 승리를 거두고 4강에 올랐다.


경기 뒤 북 코치진은 곧바로 경기장을 빠져 나갔고, 남북 선수들도 다소 어색한 표정으로 인사 뒤 코트를 떠났다.
장한섭 전무는 “북에서는 테니스를 안하고 정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북 선수들도 잘 친다. 다만, 국제대회에 자주 나오지 않아 국제경기 경험이 부족하고 경기운영은 미숙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를 본 한 배드민턴업계 한 관계자는 “너무 재밌었다. 내 인생 경기를 본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kkm100@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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