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항저우=김동영기자] “행복한 라스트 댄스.”

펜싱 남자 플뢰레와 여자 에페가 단체전에서 감격의 금메달을 품었다. 의미 있는 금메달이다. 허준(35·광주시청)과 최인정(33·계룡시청)은 특히 더 그렇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하기 때문이다. ‘유종의 미’를 확실히 거뒀다.

허준-하태규(34·대전도시공사)-이광현(30·화성시청)-임철우(30·성북구청)로 구성된 남자 플뢰레 대표팀은 27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중국을 45-38로 물리쳤다.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품었다. 당시 24년 만에 단체전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5년이 흘러 항저우에서 같은 색깔의 메달을 획득했다. 2연패 성공이다.

개인전에서는 ‘노메달’에 그쳤다. 충격이었다. 1978 방콕 대회 이후 45년 만에 개인전 노메달이다. 단체전에서 정상에 서면서 만회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번 대회를 끝으로 허준이 떠난다.

28일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허준은 “이번에 단체전 2연패를 했다. 자카르타에서는 울고 불고 난리를 쳤다. 이번에는 생각보다 무덤덤했던 것 같다. 많이 응원해주신 분들 덕분에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고 소감을 남겼다.

이어 “후회는 없다.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남자 플뢰레 선수들이 잘해서 나갔으면 좋겠다. 힘들어도 잘 참고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동료들에게 ‘허준은 어떤 선수였는지’ 물었다. 임철우는 “팩트 폭격기다”며 웃은 후 “경기에서 떨어지거나, 심적으로 힘들 때가 있으면 준이 형한테 질문을 많이 했다. 좋은 조언보다, 정신차리라는 말을 해준다. 남자 플뢰레 간판이라 생각한다. 자기 경험을 굉장히 많이 말해줬다. 항상 힘을 얻는 좋은 형이다”고 말했다.

이광현은 “형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신체적으로 크지 않다. 왜소하다. 보고 배울 점이 많다. 경기를 영리하게 풀어간다. 책임감이 강한 선수다”고 강조했다.

하태규는 “14~15년 같이 선수생활 했다. 친구 같기도 하고, 형 같기도 하고, 지도자 같기도 하다. 희로애락을 다 함께 했다. 이렇게 간다고 하니 아쉽다. 그래도 더 좋은 미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놓아주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너무 고생했다는 말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여자 에페의 최인정도 떠난다. 이번 대회에서 단체전과 개인전 금메달을 모두 따냈다. 올림픽 은메달 2개, 세계선수권 금·은·동 각 1개씩 딴 선수. 아시안게임에서도 금2·은3·동1의 기록을 남겼다.

최인정은 “기자회견을 하는 것도 마지막인 것 같아 소감을 준비했다”며 웃은 뒤 “국가대표로서 라스트 댄스를 아름답게 마무리하게 되어 정말 행복하고, 또 행복하다”고 했다.

이어 “23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두 번째 올림픽 메달인 도쿄 올림픽으로 시작해 세계랭킹 1위로 펜싱 명예의 전당에도 올랐다. 올해 1월에는 대한민국 체육대상이라는 명예로은 상도 받았다. 수상 후 ‘대상에 어울리는 선수가 되겠다’고 했다. 뜻대로 되지 않아서 마음에 걸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번 2관왕으로 해결된 것 같다 너무 속 시원하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묵묵히 14년 동안 열심히 달려온 내 자신에게 고맙고, 너무 소중한 우리 금동이들, 우리 펜싱에 많은 지원과 관심을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동료들도 떠나는 최인정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맏언니 강영미는 “2관왕 부럽다”며 웃은 후 “(최)인정이의 이성적안 판단을 듣고, 배운 점이 많다. 우리는 약간 전생에 부부였던 것 같다. 내 와이프 같은 느낌이다. 많이 아끼는 후배다. 런던 올림픽부터 항상 에이스였고, 역사다”고 말했다.

송세라는 “언니의 위치와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을 보여줬다. 일처리를 굉장히 잘하는 선수다. 굉장히 배울 점이 많다. 피스트 위에서는 냉정하지만, 내려오면 따뜻하고, 정이 많다. 그런 언니다”고 말하며 웃음을 보였다.

이혜인은 “금동이 언니들에게 너무 고맙다. 함께 이룬 것이 많다. 이번에 또 이뤄서 너무 자랑스럽다.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배울 점이 많은 언니다”고 말했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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