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유다연인턴기자] 민족대명절 한가위를 앞두고 ‘새로운 인류’로 떠오른 Z세대를 이해하기 위해 실제 Z세대인 유다연 인턴기자가 나섰습니다. Z세대의 아이콘인 ‘버추얼(가상) 아이돌’을 분석해 기성세대가 Z세대에 보다 가까워질 수 있는 장을 마련했습니다. [편집자주]

이세계 페스티벌부터 아이돌 라디오 콘서트까지.

1998년 한국의 첫 사이버 가수 아담이 ‘세상엔 없는 사랑’으로 데뷔한지 25년, ‘아담의 후손들’이 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브라운관 안에서만 존재했던 아담과 달리 ‘아담의 후손들’은 단독콘서트를 개최하고, 실제 아이돌 그룹과 무대에 오르며 웬만한 아이돌 못지 않은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사태로 주목받은 메타버스 세계관이 Z세대의 ‘덕질’ 리스트에 오른지 3년, 이들은 케이팝의 한자리를 당당하게 꿰차며 큰 사랑을 받고 있지만 기성세대는 여전히 실체없는 AI가 낯설기만 하다. 일부 기성세대들은 ‘버추얼 유튜버 그룹’과 가상인간으로 구성된 ‘버추얼 휴먼 그룹’ 사이에서 혼선을 빚곤 한다.

버추얼 유튜버 ‘숲튽훈’으로 활동 중인 가수 김장훈은 버추얼 유튜버 매니저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왜 만화를 하고 있냐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며 “아무리 메타버스에서 활동 중이라고 해도 기성세대들은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日카즈나 아이처럼...사람이 렌더링하는 버추얼 유튜버 그룹

버추얼 유튜버 그룹은 쉽게 말해 실제 사람이 하는 행동을 영상화해 만든 가상 그룹이다. 온라인상에서는 이들이 캐릭터로 인지된다. 각 캐릭터의 행동, 표정, 목소리는 실제 사람의 그것을 ‘렌더링’(rendering, 2차원, 3차원 데이터를 사람이 인지할 수 있는 영상으로 변환하는 과정)해 방송하는 형태다.

2018년 ‘버추얼 유튜버’라는 개념을 정립한 일본의 카즈나 아이가 바로 이런 종류의 인터넷 방송인이다.

‘버튜버’라고 불리는 버추얼 유튜버로 기획한 아이돌 그룹도 있다. 지난 2021년 134만 유튜버 우왁굳이 기획, 제작한 그룹 ‘이세계 아이돌’이 그 주인공이다.

이세계 아이돌은 발매 24시간 이내 누적 스트리밍 수 100만 이상을 달성한 앨범을 선정하는 ‘멜론의 전당’에 웹툰 OST ‘록다운’(LOCKDOWN)과 ‘어나더 월드’(Another World), 그리고 지난 8월 발매한 싱글 ‘키딩’(KIDDING)까지 3곡 연속 이름을 올렸다. 버추얼 아이돌 최초 기록이다.

이세계 아이돌은 지난 23일 인천 연수구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이세계 페스티벌’을 통해 실제 아티스트들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이세계 페스티벌’을 기획한 김영민 PD는 “이세계 아이돌은 다른 세계가 아닌 두 세계 모두에서 활동하는 그룹”이라며 “현실 가수들과의 이세계 아이돌이 함께 무대에 선 모습을 통해 K팝 가수 중 한 팀이라는 걸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로지·펄스나인·메이브·플레이브…K팝 업계

지난해 유통업계를 뒤흔든 모델은 가상인간 로지다. 로지는 팬데믹 이후 메타버스에 대한 사회, 경제적 관심이 폭발적으로 쏟아진데 힘입어 광고계를 휩쓸었다. 로지처럼 ‘버추얼 휴먼’이라 불리는 가상인간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캐릭터다. 최근에는 ‘버추얼 휴먼’ 아이돌 그룹까지 등장해 K팝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국내 최초 K팝 버추얼 아이돌이자 데뷔 3년만에 단독콘서트를 개최하는 그룹 이터니티 소속사 펄스나인의 허인경 실장은 “이터니티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반응이 더 뜨겁다. 처음에는 3D 모델링에 대한 비판이 주였다면 이제는 K팝 콘텐츠 중 하나로 본다”고 밝혔다.

이어 “콘텐츠 다양화와 빠른 제작을 위해 목소리, 행동에서 대역을 썼다”며 “비용 절감을 위한 것으로, 다른 가상 인간들도 여전히 대역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외에도 그룹 ‘메이브’(MAVE:), 플레이브(PLAVE) 등도 K팝의 아성을 노리는 버추얼 휴먼 그룹으로 꼽힌다. 플레이브는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MBC 아이돌라디오 콘서트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1998년 사이버 가수 아담 론칭 당시 아담소프트 홍보팀장을 맡기도 했던 정덕현 대증문화 평론가는 “처음 사이버 가수 아담이 등장했을 때 ‘가짜’라고 생각했던 대중이 이제는 버추얼 그룹에 ‘과몰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버추얼 아이돌이 현재 성행할 수 있는 이유는 대중이 이러한 감수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 덕”이라며 “가상세계를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익숙해지면서 버추얼 아이돌을 실감나게 받아들이게 된 거 같다”고 분석했다.

willow6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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