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충무로는 오랫동안 186cm의 큰 키와 길게 뻗은 팔다리, 조각 같은 강동원의 얼굴에 의존해왔다. 비오는 날 우산 속에서도(영화 ‘늑대의 유혹’), 장검을 쭉 뻗을 때도(영화 ‘전우치’), 정부를 상대로 시위를 벌일 때도(영화 ‘1987’) 관객의 마음을 뒤흔든 건 그를 밀도 있게 잡은 클로즈업이었다.

조각 같은 얼굴이 스크린에 비칠 때마다 객석에선 탄성이 흘러나왔다. 올 추석 연휴에도 ‘강동원앓이’는 계속될 전망이다. 27일 개봉을 앞둔 신작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하 ‘천박사’)은 강동원이라는 아름다운 피사체를 극대화한 작품이라 단언할 수 있다.

‘천박사’는 대대로 마을을 지킨 당주의 손자지만 귀신은 믿지 않은 천박사(강동원 분)에게 실제 귀신을 보는 유경(이솜 분)이 거액의 수임료를 들고 퇴마를 제안하면서 발생하는 사건을 그린다. 유일한 회사 직원 인배(이동휘 분)와 함께 유경을 따라간 천박사는 기이한 사건을 쫓다 자신과 얽힌 설경의 비밀을 알게 된다.

◇단순하고 명쾌하게, 그리고 시원한 마무리

한국형 히어로물인 ‘천박사’의 구조는 단순하다. 아픈 과거를 지닌 천박사가 우연한 계기로 설경의 비밀을 알고, 인간을 괴롭히는 악귀들을 처단한다. 권선징악의 틀을 가진 이 영화는 명쾌하게 관객을 끌고 간다. 화려한 배경 속 치열한 두 남자의 액션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남긴다. .

강동원을 가장 잘 활용했다고 평가받는 작품 중 하나가 영 ‘전우치’(2009)다. 능청스러우면서도 밝고, 유쾌한 청년을 전우치로 그려낸 바 있다. ‘천박사’에서는 전우치 이미지에 어두운 과거를 삽입했다. 환한 미소는 비슷하지만, 우수를 더해 캐릭터의 입체감을 강조했다. ‘전우치’ 이후 14년, 그 사이 강동원에게 쌓인 성숙함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유쾌한 모험극에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전우치’에 초랭이가 있다면 이번엔 인배(이동휘 분)가 손발을 맞춘다. 적재적소에서 기절해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 인배의 진짜 롤은 웃음이다. 예측불허의 순간에 허를 찌르는 유머를 던진다. 아울러 황 사장(김종수 분)도 천박사, 인배와 함께 유쾌한 티키타카를 이어간다. 이들의 유머가 이야기에 쉽게 녹아들게 한다.

유경 역의 이솜이 무거운 표정으로 현실감을 잡고, 허준호는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영화 ‘반도’(2020)의 이레 이후 최고의 아역으로 평가 받는 박소이도 어린 소녀와 늙은 귀신을 오가며 극의 활기를 불어넣는다. 이외에도 박경혜와 윤병희를 비롯한 조연들의 밀도 높은 감정 연기가 극의 풍성함을 더한다.

◇입체적인 강동원, ‘기생충’ 박명훈·이정은부터 블랙핑크 지수까지 다채로운 카메오

이 영화를 보는 또다른 묘미는 카메오 활용에 있다. ‘부산행’과 ‘군함도’, ‘기생충’,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이하 ‘다만 악’), ‘헤어질 결심’ 등 유수의 작품에서 조감독을 역임한 김성식 감독은 다양한 인맥을 동원해 신선한 재미를 안겼다. ‘기생충’의 박명훈, 이정은과 ‘다만 악’의 박정민, 팬심으로 섭외했다는 블랙핑크 지수까지, 매력적인 배우들을 적절하게 끼운다. 카메오를 통해 이야기를 이어가는 방식이 영리하다.

오컬트와 코미디, 판타지와 액션, 호러 등 다양한 장르를 혼합한 ‘천박사’는 이전에 본 적 없는 새롭고 다채로운 영화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강동원과 이동휘, 김종수가 이끄는 코미디는 혼합된 장르에 적절히 스며들게 만든다. 이야기 끝에는 스펙터클한 액션이 기다리며, 다음 시즌을 예고하는 엔딩은 설렘을 남긴다. 이정도 스케일과 유쾌함이라면, 배우들이 원하는 시즌2가 꼭 꿈으로만 남지 않을 것 같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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