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문학=김동영기자] 칭찬에 입이 마른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아직 ‘미검증’ 상태라 했다. 그리고 검증은 내년 일이다. 이주형(21)이 주인공이다. 홍원기(50) 감독이 제대로 주시하고 있다.

이주형은 올시즌 45경기, 타율 0.320, 4홈런 23타점, 출루율 0.368, 장타율 0.492, OPS 0.860을 만들고 있다.

단연 커리어 하이다. 지금까지 딱히 보여준 것이 없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 1군에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2020년 신인 드래프트 2차 2라운드에서 LG에 지명됐다. 1군 데뷔는 2021시즌이었다. 14경기에서 타율 0.125, OPS 0.347을 기록했다.

사실 퓨처스에서는 2020년 26경기, 타율 0.356, 4홈런 22타점, OPS 1.099를 만들었고, 2021년에는 40경기, 타율 0.331, 4홈런 23타점, OPS 0.970을 찍었다. 퓨처스는 좁았다.

문제는 LG 1군 상황이다. 내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지만, 1군에 올리기에는 상황이 녹록하지 않았다. 유망주 육성을 위해 있던 주전을 빼는 팀은 없다. 더불어 수비에서 부족함이 있었던 것도 발목을 잡았다.

이에 2021년 8월 군에 입대했다. 2023년 2월 전역 후 LG에 다시 합류했다. 여전히 LG에서는 딱히 자리가 없는 상황. 그래도 1군에서 18경기에 나서 타율 0.267, OPS 0.712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다. 단, 수비는 내야수로 시작해 외야로 갔다가 다시 내야로 들어오는 등 어수선한 감이 있었다.

계기가 생겼다. 트레이드다. 지난 7월29일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키움이 LG에 최원태를 보내면서 이주형과 김동규, 2024년 신인 1라운드 지명권을 받아왔다.

키움은 이주형을 ‘포스트 이정후’로 봤다. LG에서는 수비 포지션이 오락가락한 감이 있지만, 키움은 외야수로 못을 박았다. 그리고 데려오자마자 꾸준히 선발로 내고 있다. 수비는 거의 붙박이 중견수다. 이정후의 자리다.

자리를 깔아주니 제대로 춤을 춘다. 트레이드 당일부터 현재까지 모든 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30일까지 27경기에 나섰는데 무안타 경기가 딱 5경기다. 자연히 성적이 좋다. 타율 0.327, 4홈런 21타점, OPS 0.881을 찍고 있다.

보는 이들은 흐뭇하다. 홍원기 감독도 마찬가지. “사실 야구에 대한 여유는 없다. 매일 배고프고, 절실한 것이 느껴진다. 계속 선발로 쓰고 있는 이유가 있다. 본인 생각이 있고, 계속 조언도 받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잘 적응하고 있다. 잘 헤쳐 나가는 중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비도 잘한다. 첫발 스타트가 좋고, 어깨와 주력까지 갖췄다. 모든 부분에서 순조롭다. 내야 복귀는 없다. 우리가 내년에 이정후가 없다. 우선 순위를 놓고 가야 한다. 이주형이 한자리를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칭찬이 끝나지 않는다. “타석에서 어떤 구질이든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 수 있는 타자다. 어떤 상황에서도 본인 스윙을 한다. 그런 선수 흔하지 않다. 처음 만나는 투수라도 대처 능력이 좋다. 자기 스윙을 하는 것은 상대 투수에게 위협적인 부분이다. 자신이 가진 무언가가 있다는 의미다”고 말했다.

제대로 만족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만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하지는 않는다. “기본적으로 풀타임이 처음이다. 체력 저하가 올 수 있다. 그럴 때 어떻게 하는지 봐야 한다. 타석에서 안 맞았을 때, 다음 타석에서 또 어떻게 대응하는지 지켜봐야 한다. 지금은 모든 것이 점검 대상이다”고 짚었다.

이어 “지금 모습을 개막부터 보여줬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10개 구단을 통틀어도 타격 지표가 최상위권 아닐까. 그러나 시즌 처음부터 한 적이 없다. 그래서 봐야 한다. 체력 저하에 대한 대처, 슬럼프에 대한 대처 등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내년에 다시 체크할 부분이다”고 했다.

30일까지 1군 경기가 통산 59경기인 선수다. 타석도 154타석이 전부다. 이 표본으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다. 전체 시즌을 치르면 부침을 겪기 마련이다. 그래서 경험이 필요하다. 쌓는 과정이다.

이렇게 잘하는데 갑자기 고꾸라질 가능성은 작다고 봐야 한다. 올해는 끝까지 좋은 페이스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신 지금은 멋모르고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진짜 시험대는 2024시즌이다. 오롯이 풀 시즌을 해봐야 구단도 최종 판단이 선다. 자연히 선수도 얻는 것이 있다. 재능은 확실하다. 대신 주전이 그냥 되는 것은 또 아니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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