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지난주 발생한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의 피해자분들과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그리고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됐던 사건이다. 과연 우리는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과 같은 마음으로 거리를 걸을 수 있게 될까.

오늘 칼럼은 이전과 달리 조금 강하게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그동안 칼럼을 통해 경고해왔던 여러 상황들이 이번 사건에서 모두 한번에 터져 나온 만큼 실질적으로 어떤 호신술이 필요하고 어떤 것은 쓸모없는 것인지 자세하게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필자가 가르치는 무술의 이론과 필자의 개인적 경험이 녹아든 것인 만큼 ‘완벽한 답’이 될 수는 없다.

먼저, 흔히 얘기하는 ‘호신용품’을 마련해둔다는 생각은 버려라. 이번 사건이 일어나고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가스 분사기’, ‘삼단봉’ 등 호신용품의 판매가 60% 이상 증가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당신이 ‘가스 분사기’나 ‘삼단봉’을 늘 한 손에 쥐고 거리를 걸을 생각이 아니라면 이런 용품은 쓸모가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저 사람을 해치겠다’고 마음을 먹은 악인이라면, 칼 등 치명적인 무기를 미리 꺼내서 다가오지 않는다. 이번 사건처럼 무기를 숨기고 조용히 접근해 사각에서 갑자기 덮쳐 올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본인의 가방이나 주머니에서 호신용품을 꺼내 대응한다?

그 용품을 꺼내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사이에 당신은 이미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스마트폰을 늘 손에 들고 다닌다면, 서류가방을 손에 들고 다닌다면, 비가 와서 우산을 손에 들고다닌다면, 오히려 이렇게 이미 손에 있었던 것들이 호신용품보다 더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두번째, ‘방어’한다는 생각을 버려라. 순수하게 두 주먹 만을 활용해 결투를 벌이는 복싱은 양팔을 얼굴과 몸통에 가까이 붙이며 상대의 공격을 방어하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런 방법은 상대의 주먹은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상대가 흉기를 가지고 있다면 몸통과 얼굴을 가린 팔과 손 자체가 타깃이 된다. 팔이 먼저 흉기에 당해 못 쓰게 되면 그 다음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경기에서처럼 상대의 팔을 가볍게 쳐내거나 얼굴과 몸통을 앞뒤좌우로 흔들며 피한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칼과 같은 흉기의 대표적인 움직임 두가지는 상대가 칼 든 손을 쳐냈을 때 그 탄력을 이용해 두번째, 세번째 공격이 순식간에 이뤄진다는 점, 그리고 피했을 때 그 흉기가 회수되지 않고 계속 목표를 추격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칼 든 손을 가볍게 쳐낸 후 상대를 강하게 때린다’거나 ‘상체를 뒤로 빼며 칼을 피한 후 상대를 공격한다’는 식의 호신술을 어디선가 봤다면 일단 외면하자. 저런 방법이 아예 불가능하다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호신술 1, 2년 배운 걸로는 성공 확률이 10%도 안 된다.

달려서 도망을 갈 수 없는 상황에서 맨손으로 흉기를 막을 방법은 크게 두가지다.

상대가 찌르거나 휘두르는 팔을 쳐내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강하게 때려서 흉기를 놓치게 하는 것이 첫번째.

여기서 강하게는 마치 자동차가 튼튼한 건물벽에 부딪혀 완전히 부서지는 이미지다. 칼을 든 상대의 팔을 마치 건물벽, 혹은 바리케이트처럼 튼튼한 구조의 신체 부위로 때려서 부러뜨리거나 신경을 마비시키는 수준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두번째는 칼을 든 팔을 신속하게 붙잡아 자신쪽으로 칼날이 오지 못 하도록 끝까지 콘트롤하며 상대를 조금씩 제압하는 방법이다. 두 방법 모두 상대의 공격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먼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이렇게만 얘기해도 절대 쉬운 기술이 아닌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기술들을 쓰기 위해서는 더욱 어려운 조건 하나를 먼저 완성시켜야 한다. 무기를 든 상대의 팔을 타격하려는 혹은 잡으려는 당신의 손이 파워나 스피드를 만들어내기 위해 뒤로, 옆으로 빠졌다가 나가서는 안 된다는 것.

투수의 와인드업처럼 파워나 스피드를 끌어올리기 위해 어떤 준비동작을 한다면 그 준비동작을 하는 찰나에 흉기가 더 깊숙이 당신에게 접근한다. 따라서 당신이 어떤 자세에 있건 당신의 손과 발이 ‘즉각적’으로 상대를 향해 튀어나가는 연습부터 해야 한다.

여기 가장 기초적인 연습법을 한가지 소개한다. 친구 혹은 회사 동료와 함께 해보자.

마주 선 동료가 내미는 손을 내 손으로 빠르게 터치한다. 지켜야 할 점 첫번째. 내 손이 위에 있던 아래에 있던 애초 위치에서 곧바로 상대의 손으로 가야 한다. 상대의 손과 내 손 사이에 가상의 선분을 그어 놓고 움직인다고 보면 된다.

지켜야 할 점 두번째. 터치를 한 뒤 내 손을 원래 위치로 회수하지 말고 그대로 상대의 손에 붙여놓을 것. 상대의 손이 튕겨서도 안 된다. 이 훈련은 앞서 말한 흉기를 든 상대의 팔을 강하게 때려 부수거나, 아예 붙잡는 것을 하기 위한 기초작업이다.

너무나 단순해서 지루할 수 있지만 이 기초가 되지 않으면 그 어떤 기술을 익혀도 쓸모가 없다. 꾸준히 연습해보길 바란다. 어느 정도 익숙해진다면 다음 칼럼에서 소개할 방법들에 도전해보자.

노경열 JKD KOREA 이소룡(진번) 절권도 대한민국 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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