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강예진기자]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상벌위원회에 참석한 선수들에게 출장 정지와 벌금을 부과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2일 축구회관에서 이명재, 박용우, 이규성, 정승현 그리고 팀 매니저(이상 울산 현대)까지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킨 5명에 대한 상벌위원회를 개최했는데, 정승현을 제외한 선수 세 명에게 1경기 출장정지와 제재금 1500만 원을 각각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정승현은 징계 대상에서 제외됐다. 해당 대화에 참여했으나 인종차별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반영했다. 울산 구단에는 팀 매니저의 행위와 선수단에 대한 관리책임을 물어 제재금 3,000만원의 징계를 부과했다.

상벌위원회는 “선수들이 특정 인종이나 개인을 비하하거나 모욕하려는 의도를 가졌던 것은 아니지만, 피부색과 외모 등 인종적 특성으로 사람을 구분하거나 농담의 소재로 삼는 것 역시 인종차별 내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징계 양정에 있어서는 차별적 인식이 내재된 표현을 SNS에 게시한 경우에 관한 해외 리그의 징계 사례들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연맹은 “향후 유사 사안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선수단 대상 교육과 인권의식 강화에 힘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후 2시경 상벌위 참석을 위해 축구회관에 들어선 이들은 모두 남색 정장을 착용, 고개를 숙인 채 회의실로 들어갔다.

1시간가량 소명한 후 회의실을 나왔다. 박용우는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이번 일로 인해 많이 반성하고 뉘우쳤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언행에 신중하고, 조심하겠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들은 지난 10일 제주 유나이티드(5-1 승)전 이후 이명재의 인스타그램에서 동료의 활약을 칭찬하며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다.

이규성이 이명재의 활약에 대해 “동남아 쿼터 든든하다”라고 댓글을 단 것이 발단이었다. 이어 정승현이 “기가 막히네”라고 했고, 이명재는 “니 때문이야 아시아쿼터”라고 답했다. 박용우는 “사살락 폼 미쳤다”라는 글을 썼고 팀 매니저까지 “사살락 슈퍼태킁(태클)”이라고 거들었다.

사살락은 지난 2021년 전북 현대에서 뛰었던 태국 국가대표 출신의 수비수다. 함께 뛰었던 동료 선수에 대한 존중이 결여됐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이명재는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고, 박용우는 자신의 SNS를 통해 “팀 동료의 플레이스타일, 외양을 빗대어 말한 제 경솔한 언행으로 상처받았을 사살락 선수 그리고 모든 팬, 주변인들에게 죄송합니다”라고 사과의 글을 남겼다.

울산이 이와 관련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수장인 홍명보 감독 역시 고개를 숙였다. 1983년 출범 후,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한 K리그에서 인종차별과 관련한 상벌위원회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kk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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