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울산=김용일기자] “주민규 골이 1994년 클린스만보다 낫죠.”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은 주민규가 1994년 미국월드컵 당시 한국을 상대로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현 축구대표팀 감독이 터뜨린 골과 유사하다고 말하자 웃으며 말했다.

홍 감독은 10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 K리그1 18라운드 홈경기에서 5-1 대승한 뒤 “주민규가 (미국월드컵 당시 클린스만 득점과 비교해서) 훨씬 더 콤팩트한 상황이었다. 당시 클린스만은 가운데로 들어온 공을 올려서 (해결했다) 우리 수비수가 뒤에 서 있어 공간 여유가 있었다”고 웃었다.

홍 감독은 미국월드컵 당시 한국 수비의 중심 구실을 했고 1-3으로 뒤진 후반 중거리포로 만회골을 넣은 적이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당시 멀티골로 활약했다. 특히 골문 앞에서 절묘한 발리 슛을 터뜨린 장면은 아직도 회자한다.

주민규는 이날 3-1로 앞선 후반 25분 바코의 크로스를 문전에서 절묘하게 오른발로 제어한 뒤 클린스만처럼 벼락 같은 발리슛으로 제주 골문을 격침했다. 홍 감독 말대로 제주 수비수가 붙어 있었으나 반 박자 빠른 슛이 빛났다. 울산은 주민규, 아타루의 골과 더불어 엄원상이 1골 1도움, 바코가 2골 1도움을 각각 기록하면서 5-1 대승했다.

홍 감독은 “밖에서 지켜보는데 굉장히 재미있다는 느낌을 나도 받았다. 득점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우리가 추구하는 콤비네이션 플레이가 잘 나왔다. 오늘 승리는 A매치 전이어서 기분 좋다”고 말했다.

특히 1~2라운드 연속골을 넣은 뒤 3개월간 침묵한 엄원상이 70m 드리블 골로 부활포를 가동한 것에 기뻐했다. 홍 감독은 “엄원상이 초반 득점하고 골을 넣지 못했다. 기회가 있었지만 심적으로 부담을 느끼지 않았나”라며 “오늘 잘 극복해내서 나 뿐 아니라 울산의 모든 스태프, 팬, 선수가 기분 좋다. 엄원상에게 축하를 한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K리그 데뷔골을 넣은 아타루에 대해서는 “마음고생이 심했다. 부상도 있었다. 어제도 개인적으로 얘기했는데, 이제 적응했다. 지난 경기 도움을 기록했고 오늘 득점했다. 나오는 길에 그에게 ‘충분히 능력 있기에 넌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했다”고 언급했다.

주민규 득점에 대해 클린스만보다 낫다고 강조한 홍 감독은 “(그에게 오는) 볼 스피드도 마찬가지였다”며 높은 수준의 득점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근 6월 A매치 소집 명단에 주민규를 제외한 클린스만 감독은 이날 현장에서 경기를 관전했다. 주민규의 골이 터졌을 때 함박웃음을 지어 눈길을 끌었다.

리그 최소 실점을 달리던 제주를 상대로 무려 5골을 퍼부으며 웃은 울산은 14승2무2패(승점 44)로 선두 자리를 지켰다.

반면 3경기 연속 무승(1무2패) 부진에 빠진 남기일 제주 감독은 “경기는 나쁘지 않았다. 기회는 만들었는데 골을 넣느냐, 못 넣느냐의 차이다. 팀으로 진 것보다 개개인이 진 경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5실점했지만 울산을 상대로 준비한 것은 잘 됐다”고 평가했다.

제주는 8승4무6패(승점 28)로 4위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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